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세계 랭킹 3위인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는 지난해 3승, 통산 11승을 거둔 골퍼다. 그런데 올해엔 우승이 없다. 특히 한국(계) 골퍼들 때문에 우승을 놓친 경우가 많다. 24일에도 연장전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패했다.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패연전(連敗連戰)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지고 또 져도 계속 싸운다는 뜻이다. 청나라 말엽 증국번(曾國藩·1811~1872)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말이다.
후난(湖南)성 상향(湘鄕) 출신인 증국번은 태평천국군이 쳐들어오자 함풍제(咸豊帝)로부터 후난을 방위하라는 명령을 받고, 의병 ‘상군’을 조직해 맞섰다. 하지만 싸울 때마다 패했다. 두 번이나 물에 투신자살하려 했으나 주위의 저지로 살아난 ‘상패(常敗)장군’ 증국번은 황제에게 글을 올려 패전을 사죄하며 자신을 벌하라고 썼다.
그가 상주문의 초안에 쓴 말은 누전누패(屢戰屢敗)였다. 屢는 여러, 자주, 언제나, 되풀이해, 이런 뜻의 글자다. 누전누패는 연전연패와 뜻이 같다. 누견불선(屢見不鮮), 자주 대하니 신선한 게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곁에서 상주문의 초안을 읽어 본 사람이 “이렇게 하지 말고 누패누전(屢敗屢戰)으로 고치자”고 했다. “싸울 때마다 졌습니다”가 아니라 “계속 졌지만 거듭 싸움에 나섰습니다”라는 뜻이다. 뜻이 완전히 다르다.
증국번에게 글을 고쳐 쓰게 한 사람은 비장(裨將) 장사걸(章士杰)이라는 설, 군무를 보좌하던 좌종당(左宗棠)이라는 설, 막료(幕僚) 이원도(李元度)라는 설이 엇갈린다. 중국 CCTV의 드라마 ‘태평천국’에서는 좌종당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나온다.
좌우간 증국번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분발했고, 1860년 양강총독(兩江總督)에 임명된 지 4년 후 난징(南京)을 탈환함으로써 태평천국의 난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