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동반성장

입력 2015-08-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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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요즘 우리는 두 가지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한국 경제가 사실은 뿌리 깊지 못한 허약 경제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시민의 일상은 언제든 잿더미로 변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 이야기다.

중국이 지난 11, 12일 이틀 연속 위안화를 3% 넘게 절하하자 한국 증시가 급락했다. 위안화 절하는 경기 진작을 위한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서 나왔지만 문제는 중국 정부의 목적이 무엇이든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6%로, 2위 미국과 3위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위안화 절하 영향 모의실험’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더욱이 중국과의 직접 관계에 의한 영향뿐 아니라 중국 경제 위기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동,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는 이중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신흥국 수출비중도 커서 중국으로 원자재 수출을 해 온 신흥국의 경제 부진은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 전략은 수출이었다. 수출 중심의 전략은 우리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기 이전까지는 적절했고,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이제 내수 확대 없는 수출 위주의 정책은 한국 경제를 양극화시키고 소득 불평등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의 뉴노멀 시대에 내수 확대 없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정책은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 전략으로 적절하지 않다. 내수 확대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켜 (중소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 변화 없이도 정책 의지만 있다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대기업과 협력기업 간의 초과이익 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의 제도화’, ‘정부조달의 중소기업 위주 발주’ 등의 동반성장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남북한 화해 협력의 제도화 없는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다양한 통일구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에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면서 ‘통일준비위원회’도 발족했다. 북한도 2014년에는 한미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등 관계 개선의 의지가 없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에는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시작으로 남북한 간 포격을 주고받는 준전쟁 상황으로 돌변했다. 다행히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남북한 당국이 위기 타개를 위한 6개 항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북한이 군사 충돌 직전 먼저 협상의 손을 내밀고, 특히 남한 당국이 이를 통 크게 받아들여 인내심을 갖고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민족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는 왜 이렇게 돌출적이고 급변할까? 모든 남북관계가 정치·군사 분야에 종속되어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국가 간 교류는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학술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된다. 교류 주체도 정부와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와 민간인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분야나 주체에 관계없이 모두 정치·군사 영역에 종속되어 있다. 그 결과 정치·군사적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남북 간 합의는 보류되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남북 간에 상호 신뢰와 교류의 성과가 축적되지 못하고, 통일을 향한 걸음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따라서 ‘통일기반 조성’용 남북교류와 그 외 남북교류를 전략적으로 구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통일기반 조성’용 사업들은 변함없이 지속해야 할 사업으로 분류하고 중단 없이 추진해 남북한 간에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의 첫걸음은 기존 합의의 존중에서 출발한다. 기존에 남북이 합의했지만 중단된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면 서로 얻는 실익이 크다. 민간부문의 ‘작은 사업’부터 물꼬를 터가며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다음 세대의 당연한 권리로 상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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