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조의 위협성에 대한 허와 실

입력 2015-08-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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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수 한양대 교수

매년 여름철이면 남해안에서는 어업인들과 해양수산부, 지자체가 하나가 되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이들 연합군의 퇴치 대상은 바로 적조. 적조의 출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여 어업인들에게 지체 없이 전파하고, 즉각적인 방제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남해안 일대의 적조 현장은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다.

적조 방제 현장이 군사작전 지역을 방불케 한다면 남해안 일대로의 민간인 접근이 통제되는 것은 아닌지, 총력을 기울여서 방제를 하는 이유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은 아닌지, 남해안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적조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춘다면, 안전성 위협에 대한 걱정은 훌훌 떨쳐버릴 수 있다.

적조는 연안해역의 자정기능을 수행하는 자연현상의 일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서부터 적조 현상이 존재하였으며,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기록이 있다.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규조류와 편모조류의 집합체로서 물의 상하 대류가 적고, 표층에 영양분이 풍부하며, 수온이 알맞아야 하는 등 삼박자가 맞는 경우에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특히 장마 이후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요즘 같은 날이 계속되면, 육지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영양분이 풍부해지고, 수온이 높아져 적조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적조 발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안전성 위협을 떨치기에 부족할 것이다. 이왕 설명하기 시작하였으니 적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적조 생물은 인체 또는 수산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해성 종과 무해성 종으로 구분된다. 유해성 종은 다시 독성을 가진 유독종과, 독성은 없으나 어패류를 치사시킬 수 있는 어류 치사 종으로 나뉜다. 자꾸 점점 어려운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적조 설명의 대미를 장식할 용어가 나온다. 우리나라 적조의 유해성에 대한 설명은 이 단어 하나면 종결된다. 바로 코클로디니움 폴리크리코이데스(Cochlodinium polykrikoides, 종명은 이태리체로 기술함). 이는 최근 2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주로 출현하는 적조 생물종으로서 어류에는 유해하지만 독성이 없어 인체나 다른 생명체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무독성 종이다. 코클로디니움은 독소가 없는 대신 다량의 점액을 분비하는데 이 점액이 어류의 아가미에 붙어 호흡장애를 일으키고, 따라서 어류가 폐사하는 것이다. 이 점액이 인체에 붙어 호흡장애를 일으킬 확률은? 우문에 대한 현답을 내려주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이 적조는 어류를 대량으로 질식사시킨다. 적조로 폐사한 어류는 별도의 처리시설에서 따로 처리되기에 시중에 전혀 유통되지 않으므로, 수산물 섭취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적조를 방치한다면 양식 어업인들의 상당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적조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제 적조가 우리 일반 국민의 수산물 먹거리 안전성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적조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안심하고 바닷가를 찾고, 해수욕을 즐기며, 신선한 수산물을 여느 때와 같이 소비하는 것이다. 사실 그 이상 큰 힘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조에 대한 짧은 공부는 이것으로 끝났다. 다들 적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나처럼 피서지로 어느 해수욕장을 가서 요번엔 무슨 회를 맛볼지 행복한 고민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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