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정말 연기 민폐녀일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8-27 08:29 수정 2015-08-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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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연기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부당한 편견들

‘20% 돌파 용팔이, 김태희 연기력 논란이 약’ ‘잠깬 김태희, 연기력 논란 잠재울까’ ‘용한 돌팔이도 김태희는 못 살리네’ ...최근 일간지에 실린 SBS 수목미니시리즈 ‘용팔이’의 주연 김태희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다. 심지어는 ‘연기 민폐녀’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방송 전부터 시청률이 20%돌파하며 올 들어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 신기록을 수립하며 인기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상황까지 신문과 인터넷, 방송 등 대중매체와 시청자, 네티즌의 김태희의 연기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엇갈리고 있고 비판적 시각이 더 많다. 물론 비난과 비판이 부당한 부분도 적지 않다. 비난과 비판이 김태희 연기라는 텍스트의 정교한 분석의 토대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 편견과 주관적 호불호의 감정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판의 텍스트다. 김태희의 연기에 대한 평가 중 상당 부분이 현재 방송되고 있는 텍스트 즉 드라마‘용팔이’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동안 부족한 연기력을 드러낸 부분을 강조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묻지마식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김태희에 대한 호불호와 편견 역시 현재 그녀에 대한 연기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기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또한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 평가가 이뤄질수 있다. 작품의 정교한 분석여부와 연기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지식 정도에 따라 연기자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연기자에 대한 주관적 호불호나 편견 역시 연기를 평가하는데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연기란 무엇인가. PD나 감독은 사고와 정서, 스토리를 전달하기위한 매체로 연기자를 기용한다. 연기는 바로 연기자가 작품 속에서 행동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타-이미지와 기호’의 저자 리처드 다이어가 지적한 것처럼 캐릭터를 잘 창조하고 진정성 있게 재현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좋은 연기자일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학자 리 봅커는 ‘위대한 배우는 캐릭터의 내적 확신과 지식을 필름 혹은 TV화면을 가로질러 전달하며 캐릭터의 진정성으로 관객과 시청자의 의식 속에 도달시키는 연기자’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연기 유형 역시 다양하다. 액션이나 코미디 같은 장르에서 신체의 움직임이 강조되는 외면적 연기나 멜로나 추리극에서 필요한 과장된 몸짓이나 행동이 아닌 표정이나 말로써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는 내면 연기가 있다. 배우마다 외면적 연기와 내면적 연기에 강점의 정도가 차이가 있다.

또한 캐릭터를 창출하고 그것을 표현할 때 디드로와 코퀄랭은 연기자가 결코 배역 속에서 자신을 잊어버려서는 안 되며 연기를 타인의 관찰이나 전통적인 기술에 기초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불행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면 불행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연기를 기초하는 것이다. 밖으로부터 안으로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연기자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로 가능한 완전히 살아야하며 연기자가 내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가에 연기를 기초해야한다고 말한다. 불행한 사람을 연기할 때 배우가 불행했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지는가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안으로부터 밖으로의 연기다.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론이 정교하게 발전돼 메소드 연기로 진화했다. 절대적인 연기 스타일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대와 장르에 따라 강조되거나 선호하는 연기스타일은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목소리(발성), 표정, 몸짓, 신체의 자세, 신체의 운동 등을 보고 연기자의 연기력을 평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성과 표정이다. 특히 클로즈업이 강조되는 TV드라마의 경우는 표정이 매우 중요하다.

‘용팔이’제작진은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 태현(주원)이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 여진(김태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펙터클 멜로드라마’ 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외면과 내면을 오가는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태희가 맡은 여진은 회사를 차지하려는 이복오빠와 회사경연진의 음모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3년간 강제로 수면상태를 유지하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깨어나 복수에 나선 재벌 상속녀, 여진역이다.

6회까지 김태희의 등장 장면과 연기 분량이 적었다. 그리고 수면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이어서 누워있는 장면의 연기를 많이 해야 했다. 대사 역시 많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워서 고액의 출연료만 챙긴다고 비난 한 것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배우는 누워있는 연기를 하더라도 거기에 개연성을 부여해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진정성과 스토리의 필연성을 전달하는 것이다. 등장시간과 비중과 장면의 내용이 아닌 연기의 진정성 여부로 평가의 초점을 맞춰야하는 것이다.

여진이 깨어난 7회부터 김태희의 등장 시간과 연기 장면이 늘어났다. 수면상태에서 행복했던 때와 극단의 불행을 오간 상황, 이복오빠 등에 대한 증오와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의 문양을 표정연기 하나로 표출해야 했던 김태희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닌 경직된 부분이 드러났다. 하지만 여진이라는 캐릭터의 창조와 재현은 무난한 편이었다.

김태희의 연기력에서 부족한 부분은 발성부분이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어조변화나 감정을 오롯이 살리는 대사연기가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보완이 된다면 김태희는 연기력 논란을 잘 극복할 수 있다.

분명 ‘용팔이’의 김태희의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마이 프린세스’‘아이리스’때보다 진화했다. 연기 세기의 스펙트럼도 확장됐다.

(출처=SBS)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발간한 ‘나는 왜 아직도 연기 하는가’라는 서울대 강연집에서 이순재는 드라마나 영화를 출연하지 않는 시간에 연기를 최형인 한양대교수에게 배우는 김태희를 보고 “그래 그럼 됐다. 왜냐하면 사실 CF 여럿 찍어서 돈도 몇억씩 다 벌었으니까, 그걸 가지고 저기 몰디브나 하와이 가서 놀고 앉았을 수 있는데 그러면 그걸로 끝이죠. 요새는 그것을 재충전이라고 그러더군요. 이상한 충전 다 봤어. 그런데 (김태희가) 연기를 사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야, 너 됐다. 됐다’ 그랬죠”라고 말했다. 김태희의 연기력을 위한 노력을 평가한 것이다 .

김태희는 연기력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연기가 재미있어 전문가나 시청자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더욱 노력하고 공부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고 말한다.

“연기력 논란은 평생 갈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앞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저를 비판하는 사람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고 연기 평가도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100% 칭찬할 수 없죠.”김태희는 분명 ‘용팔이’를 출연하며 비판과 비난을 받은 연기력 문제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연기자의 몫이다. 김태희가 비판을 건강하게 수용해 시청자가 인정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스타성에 연기력까지 갖춘 스타로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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