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번엔 신흥국發인가

입력 2015-08-27 09:00 수정 2015-08-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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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채·통화가치 하락이 경제 짓눌러…신흥국 채권 발행 규모 사상 최대 수준

신흥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통화 가치 하락이 신흥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신흥국 국채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금리와 통화 가치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둔화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신흥시장 국채 투자수익률을 종합한 JP모건GBI-EM글로벌다각화지수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현지 통화 표시 신흥시장 채권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12.3%에 달해 3년째 하락세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등 경화(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통화) 표시 채권 투자수익률도 -0.6%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모닝스타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올 들어 7월까지 신흥시장 현지 통화 표시 채권펀드에서 13억 달러(약 1조53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글로벌이머징마켓 현지통화 채권펀드 자산규모는 올 들어 10% 축소됐고 그 가운데 7월에만 5% 빠졌다.

많은 신흥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다. 신흥국 정부와 기업의 지난해 채권 발행 규모는 1조4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발행 규모도 벌써 7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중국과 브라질 인도와 멕시코 등이 신흥시장 채권 발행을 주도해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개방폭이 적어 위안화 표시 채권에서 외국인 비중이 1.7%에 불과하다. 그러나 멕시코와 폴란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키공화국은 그 비중이 2013년 말 기준으로 이미 30%를 넘었다. 신흥국 경제 불안에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채권시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신흥국 상당수가 자국의 정치혼란 등으로 금융위기 관리능력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실 채권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응능력 부재에 은행권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나집 라작 총리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혼란에 빠진 말레이시아는 대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해 신흥국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다. 또 올해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연일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1개월 만에 3.7%에서 4.4%로 뛰었다. 이는 국채 수요가 그만큼 바닥이라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불확실성과 더불어 신흥국 경기둔화도 심화해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피터 래니건 CRT캐피털그룹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많이 하락했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저가에 현지 자산 매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가치가 여전히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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