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뒷담화] 모텔서 쪽잠자며 예산ㆍ추경ㆍ국감ㆍ결산…“여름휴가? 겨울에라도 가는게 소원”

입력 2015-08-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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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산실, 막바지 작업 구슬땀메르스 추경 업무 겹치며 주말 반납“쪽지예산 안 받겠다” 007작전 방불

다음달 10일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 직원들이 막바지 예산 편성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름휴가는커녕, 주말마저 반납하고 거의 매일 퇴근 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예산철이면 매년 벌어지는 일이지만 특히 올해는 예산실 안팎의 부담이 한층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대개 예산 관련 업무는 5월부터 시작해 정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직전까지 ‘한철 장사’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본예산 편성 시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부양용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겹치면서 일은 두 배, 세 배가 됐다. 예산 편성 기간이 짧았던 데다 현재 예산 결산 업무까지 더해져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 같으면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나서 2~3일 정도 짧게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올해 국정감사가 9월10일부터 10월8일까지 추석을 전후로 둘로 쪼개져 시행되는 탓에 이런 기대감도 물 건너 간 상태다.

예산실은 보통 1월이 ‘하한기’여서 그 시기에 휴가를 가지만, 오는 12월2일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전제다.

1년 내내 예산과의 ‘씨름’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중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예산실에는 결혼식을 하고도 신혼여행을 뒤로 미룬 직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마지막 정리 작업에 돌입한 예산실은 각 부처와 당의 요구 사항을 토대로 내년 예산안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추려내는 심의를 하고 있다.

심의는 각 부처가 예산 한도에 맞춰 만든 자체 예산안을 예산실이 수정ㆍ보완하는 작업이다. 각 부처나 지자체의 요구안을 내년 예상 재정수지와 재정운용계획에 맞춰 삭감하는 것으로 일명 ‘잔디 깎기’로 불린다.

예산실 직원들은 당에서 요구하면 검토를 해야 하고, 청와대와도 막바지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서울에서 심의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세종시로 이주한 직원들은 막차가 끊기면 서울에 있는 모텔을 전전하기 일쑤인데, 여자 직원들의 고충이 크다고 한다.

예산실장을 비롯해 국장급 간부들은 내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부처 담당자들의 로비가 극심한 탓에 서울에는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007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간부들의 행적을 알 길이 없다 보니 “이 사업은 숙원 사업이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고 싶다”는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쇄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9월10일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 확정 공개되면 국정감사와 맞물려 ‘예산전쟁’ 제2라운드가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그때까지 예산실은 24시간 가동 체제가 될 전망이다.

한 예산실 과장은 “본예산 편성과 결산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다 보니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앞으로 두어달은 정말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산실 직원 중에 여름휴가를 간 직원은 한 명도 없다. 눈을 맞으며 겨울휴가라도 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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