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국내 하늘길을 양분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과 한성항공 등 신규 항공사가 항공사업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는 두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제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두 곳 외에는 없기 때문에 국제선 노선배분이 있을 때 마나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왔고 때로는 원색적인 비방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월 한·불 항공협정을 앞두고 파리노선 복수취항여부를 놓고 국내 대표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첨예한 대립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여 국익에 위배되면서까지 복수취항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국익을 내세워 선발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맞섰다.
결국 이 문제는 내년 3월부터 주3회 운항권을 따낸 아시아나항공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이번 협정을 바라본 업계의 시선을 곱지만은 않았다.
이번 한·불 항공협정은 두 회사의 갈등구도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할 뿐 매번 국제선 노선 배분이 있을 때마다 양사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에 한 회사에 이롭게 노선배분이 이뤄지면 당연히 갈등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중국노선에 대한 건설교통부가 노선배분을 한 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공식적으로 중국노선의 재배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규정(FOM)을 도용했다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침해정지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양 항공사의 갈등과 대립을 재계 일각에서는 각 항공사가 속해 있는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립으로까지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양 그룹사의 대표적인 계열사이기 때문에 양사의 대립은 두 그룹간의 대립으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규모를 따져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3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317%라는 놀라운 신장세를 기록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사 관계자들은 각 사만의 경영전략을 가지고 기업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대항공사의 행보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한진·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표적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라이벌 구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창립 38주년을 맞은 국내 첫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상을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역사이다.
1968년 故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국익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강한 일념으로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대한항공의 역사는 현재 국제화물수송실적 세계 1위, 국제여객수송실적에서도 세계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제선 노선에 프레스티지석을 확대하고 동남아 노선을 확대를 세계 10대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新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지난해 약 5천억원 영업익 달성... 창사 이래 최대
대한항공은 지난해 8조78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4974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하이엔드(high end) 마케팅을 통한 상위 클래스 수요 기반이 확대됐다"며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20개의 신규노선이 개설되는 등 네트워크가 확장된 것도 매출 상승의 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환율하락으로 환차익으로 올린 수익만도 4292억원을 기록해 2005년대비 80%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인 유류 사용에 2조3000억원을 사용해 전년대비 17.2%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종 특성상 유류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한진해운과 함께 S-Oil 자사주 매입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29일 S-Oil은 "대한항공에 자사주 28.4%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S-Oil 자사주를 매입하게 될 경우 S-Oil의 최대주주인 아람코와 함께 S-Oil을 공동경영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의 유류비용절감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 동남아 시장 新성장동력으로 육성
조 회장은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 노선 취항 이후 약 2년여만에 해외현지취항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동남아 시장은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지속적인 시장개척을 통해 취항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동남아 시장을 세계 10대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新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동남아 시장에 주목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직항노선이 없는 경우 한국을 경유해 동남아로 이동하는 '이원(二遠)'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원 수요 유치를 위해 각 지역별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며 "한류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가수 '비' 등 한류스타와 함께 대한항공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 과감한 투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대한항공은 국내 최고 항공사라는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적인 항공사가 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항공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항공기 5대를 2010년부터 도입키로 했으며 보잉사의 B787 차세대 연료절약형 항공기도 10대를 주문하는 등 신기종 확보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여객기 100대 가운데 ▲B747-400 25대 ▲B777-200/300 16대 등 총 41대의 장거리 항공기의 내부에 ▲코스모슬리퍼 시트 ▲개인용 비디오·오디오시스템(AVOD) 등을 설치하는 등 기내 인테리어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더욱이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식 사업본부장은 기내식을 비롯한 선진 기내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내부인적자원을 쇄신하고 전사적인 경영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도입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부터 ERP 도입을 위해 전 세계 항공사의 사례와 업무 프로세스, 데이터 등을 분석해 왔으며 올해부터 ERP 환경 구축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처럼 자사의 이익실현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사장은 이만기 기상청장과 함께 국내 최초로 '항공기 기상관측자료중계를 위한 협약'을 체결해 대한항공 항공기가 수집한 실시간 기상관측자료를 기상청에 제공키로 했다.
현재는 국내선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향후 기상관측자료 항공기를 국제선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이종희 사장, '한·불 항공협정' 쓴 소리
하지만 지난 1월 한·불 항공협정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부당국에 가감 없이 쓴 소리를 가했다.
비록 이 사장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불 항공협정에서 EU지정항공사 조항 수용을 전제로 파리노선이 복수화가 되기는 했지만 이 사장의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장은 여객사업본부장 시절부터 국제통이라는 명성에 얻었으며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비해 절반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꾸준히 국적항공사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오랜 숙원사업이던 파리노선 복수취항 목표를 이뤄내 향후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1306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1988년 창립 이해 최초로 주주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가 상승으로 추가비용이 소요됐지만 항공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원화강세 등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증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이 재도약하기 위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내 서비스 및 기종 업그레이드 등의 상품강화와 재무구조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약관(弱冠)' 앞두고 재도약 위한 핵심역량 강화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약관(弱冠)의 나이를 앞두고 올해 재도약을 위해 상품·재무·인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신규노선을 확대 및 기존노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내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상품역량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건전성도 확보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최근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항공사는 고객 안전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일죽 상공에서 우박을 맞아 기체가 파손됐던 아시아나항공은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로부터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 당시 기장과 부기장에게 각각 3개월, 1.5개월의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중징계가 이어졌다.
당시 사고 후 인명피해가 없던 점을 감안해 해당 조종사들에게 표창을 수여하려 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이 행동은 후일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시에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인명피해가 없던 점을 높이 샀던 것"이라며 "징계를 바탕으로 안전운항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창립 후 첫 배당·파리노선 확보 등 순조로운 출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306억15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005년에 비해 무려 317%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988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19년 만에 첫 주주배당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실적 발표를 하고 난 뒤 잔칫집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조4515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12.5%가 상승했다"며 "지난해 경영방침 중 하나인 주주만족 실현을 위해 주당 150원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창립 18년 만에 100번째 항공기를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1988년 12월 B737-400기를 도입한 후 18년 만에 A330-300 신기자재 여객기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53대와 화물기 6대 등 총 5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됐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또 2007년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성과는 오랜 숙원사업이던 파리노선의 취항 확정이다.
비록 올해 취항하려던 계획이 1년 미뤄지기는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유럽노선 최고 인기지역인 파리노선에 대한 취항준비에 만전을 기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1일에는 건설교통부가 독일노선을 주3회 추가배분함에 따라 앞으로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주 7회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처럼 실적호조와 숙원사업 해결 등 호재가 이어져 정해(丁亥)년의 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 '대장금 호'로 한류 마케팅 선도
대한항공이 최근 월드스타 '비'를 앞세워 대대적인 대한항공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항공기 전체를 비의 모습으로 도색해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같은 스타 마케팅은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을 모티브로 '대장금호'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대장금 호'는 B767기종 동체에 대장금 이미지를 랩핑한 것으로 대장금 열풍이 불었던 동남아시아 지역과 일본·중국 노선 등에 투입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대장금호 운항을 통해 한류의 문화 컨텐츠와 항공산업을 접목한 관광산업의 새로운 협력관계 모델을 제시했다"며 "또 70여 개의 여행사가 참여하는 '대장금 투어'의 효과적인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강주안 사장, 파리노선 취항 쾌거
파리노선 취항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사적 차원의 노력이 있었지만 파리노선 취항을 위한 강 사장의 노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전언이다.
강 사장은 경영인으로서의 노력 외에도 리틀야구대회를 공식 후원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대규모의 조종사 파업 사태가 있었지만 강 사장이 취임한 2005년 11월 이후에는 원만한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강 사장의 경영실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