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순위' 청약제도에 경기도 거주자만 '골탕'

입력 2007-03-08 10:20 수정 2007-03-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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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에선 인구 1000만 서울시와 6만 과천시가 동급

의왕시에 사는 청약예금 25.7평 이하 1순위 박씨는 청약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올해로 만 41세가 된 박씨는 40세 10년이상 무주택 공급 대상인 이른바 '황금 청약통장'의 소유자다. 하지만 의왕에서만 10년째 거주하는 박씨는 '수도권 청약1순위'라는 희안한 청약제도로 인해 청약통장 한번 써보지 못하고 벌써 10년 이상 청약통장을 '묵혀'놓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경기도 거주자에는 불리하고 서울시 거주자에게만 유리한 청약 자격 때문.

지역 1순위 청약이 끝나면 곧바로 서울, 인천시 통장 소유자와 동시에 수도권 청약1순위 자격으로 '동등한 자격'을 갖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

인접해 있는 판교 신도시 청약이 대표적인 경우다. 인접해 있지만 의왕시는 엄연히 판교 신도시가 위치한 성남시와는 다른 행정구역이다.

이에 따라 박씨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판교신도시지만 성남지역 1순위 청약이 끝난 후 서울, 인천시민과 수도권 1순위라는 동등한 자격을 갖춘 채 청약해야한다.

즉 박씨는 인구 14만인 의왕시에 거주하지만 주택 청약에 있어선 인구 1000만의 서울시 거주자와 똑같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물론 박씨에겐 서울지역 청약 1순위 자격은 없다. 박씨는 같은 이유로 인근 용인시에서 나오는 분양물량에도 관심을 끊은지 오래다. 용인시민이 아닌 박씨는 지역 거주자 1순위가 끝나면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250만의 인천시민과 동일한 조건으로 청약해야하는 만큼 당첨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3월 들어 각종 신도시와 알짜 민간 아파트 분양이 다가오면서 경기도 지역 거주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경기도 거주자는 각 시군에서의 거주자 우선 청약이 끝나면 곧바로 서울시 청약통장 소유자와 인천시 청약통장 소유자와 동일한 자격으로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는 경기도와 같은 규모의 행정구역이다. 실제로 인구만 보더라도 서울과 경기도는 거의 유사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주택 청약에 있어서는 두 지역의 입장이 달라진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시 전체가 거주자 우선 청약지역이 되지만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이 제각각 거주자 우선 청약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인구 6만의 과천시와 인구 1000만의 서울시가 동일한 행정구역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청약은 경기도 거주자들에게 불공평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각 시군은 최근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고 있는 용인시와 화성시, 수원시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1년에 분양이 한 두건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과천시의 경우 올 하반기 이후 20~30가구 가량이 분양될 재건축 일반분양물량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지역거주자 자격으로 청약 우선 순위를 누릴 수 있는 분양물량이 없다.

그럼에도 과천시 청약통장 소유자는 과거 공동학군 지역이었던 인근 안양시나 의왕시에서 분양이 있어도 서울시민보다 더 우선적으로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지역 거주자들의 청약이 끝나면 '수도권 1순위'란 동일한 자격으로 청약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의왕 청계지구의 경우 지역거주자에게 우선 공급이 이루어지지만 만약 지역 거주자 1순위에서 미달이 나더라도 찻길 하나를 두고 인접해 있는 과천시민은 서울 성북구나, 은평구, 인천 연수구, 중구 등 이 지역과의 전혀 상관없는 지역 주민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청약에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청약을 준비하는 경기도 거주자는 아예 주소를 서울로 옮겨 놓고 '다양한' 청약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예컨대 용인지역 분양물량이라면 유사 생활권인 인근 성남시나 수원시 거주자나 서울시 강북 지역 거주자나 동일한 자격이 되는 만큼 차라리 서울지역 청약이나 가능한 서울지역 1순위 자리를 노리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인 것이다.

박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10년 동안 의왕시에 거주했지만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몇번 없었다"며 "수원시나 용인시 등 인접한 지역 아파트에 청약을 하고 싶어도 '수도권 1순위'라는 청약제도 때문에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과천지역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 자치구와 경기도 시는 지방자치법상 동일 행정구역인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엄연히 다른 등급인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경기도 시군을 거주자 우선지역으로 한정하려면 서울시도 각 구별로 거주자 우선 청약을 실시한 후 타 구는 경기도 거주자와 동일하게 '수도권 1순위'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 거주자에게만 유리한 이같은 이상한 청약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게 의심스럽다"며 "서울시와 과천시, 의왕시 등이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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