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였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를 알린 신호탄이었다. 비장하게 꺼낸 검의 날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향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으로 향할 지 주목된다.
◇여섯 갈래 수사, 정준양에 집중 = 검찰이 지금까지 펼친 포스코의 수사는 모두 여섯 갈래다. 포스코건설의 압수수색에 이어 계열사인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비자금 조성도 검찰이 힘을 쏟은 수사였다. 여기에 거래사인 코스틸, 동양종합건설, 티엠테크, IBEL도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이 과정에서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현 세화엠피 회장)과 박재천 코스틸 회장은 구속됐다. 포스코의 전현직 임원 상당수도 구속됐으며, 이 중 일부는 실형이 선고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비자금 규모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를 밝히는 것이 검찰이 집중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성과 미흡’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의 정점을 조사하기까지 오래 걸렸을 뿐 아니라, 배임 외에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포스코 수사에 착수할 당시에는 정계와 재계가 알선수재나 뇌물공여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지리한 6개월의 조사기간이 지난 3일에야 검찰이 정 전 회장을 소환, 국면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정 전 회장을 끝으로 수사를 칼집에 넣지 않을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작부터가 정치권을 향한 수사였다”며 “이런 저런 비판 여론에도 수사를 종결지을 때는 아니란 여론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정권 실세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박모 씨가 소유한 티엠테크의 압수수색을 수사의 국면 전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지역 정치인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검찰이 수사한 포스코건설의 협력사인 대왕조경, 길보조경, 흥우산업 등에도 정치인 다수가 연루된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비서진에게서 나온 수첩에도 정치권 관계자의 이름이 상당수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내년에는 총선도 있어 정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집권 후반기까지 끌고 갈 것을 원하고 있다”며 “기업 수사를 더 펼치기는 힘들어도 현재 하고 있는 수사에는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의 조직적 대응 “쉽지 만은 않아” = 검찰의 총력 수사에도 불구하고 큰 결실을 맺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조직적 대응이 검찰의 수사를 더디게 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는 김앤장과 같이 대형 로펌의 지원을 받아 ‘어디까지만 인정하라’라는 식의 대응법을 포스코 관계자들에게 하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수사를 받은 포스코 관계자들이 모두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본인이 주범이라며 소위 자폭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검찰이 1~2개월 내에 정치권과 연계된 명확한 혐의를 잡을지 여부가 수사의 승부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