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자영업자에게 나간 은행권 대출이 24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대의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가 생계형 창업에 대거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창업한 자영업체 가운데 평균 6곳 중 1곳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4일 제출한 ‘국내은행의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22조9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의 198조5096억원 대비 24조3647억원(12.3%)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인 7.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신규 대출은 51조94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조7061억원보다 13조2370억원(34.1%) 늘어났다.
특히 대출잔액을 연령대별로 분류해 보면 50대의 대출잔액이 82조4470억원으로 39.8%의 비중을 차지한다. 40대가 28.3%로 뒤를 이었고, 60대는 21.4%다. 30대는 9.3%에 불과했다. 50대 이상 은퇴 연령층의 비중이 60%를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생계형 창업이 불경기로 인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폐업이 자칫 은행 이익 감소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4∼2013년 사이 개인사업자(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자영업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창업 자영업체 6곳 중 1곳만 살아남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대출 신청자의 상환 능력을 분석하기보다는 담보물 위주로 대출을 진행해 ‘묻지마’ 창업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흘러 나온다. 중장년층은 창업 실패 후 재기가 쉽지 않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기준 의원은 “정부는 효과도 없는 자영업자 대책만 반복해 내놓을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카드수수료 인하나 과감한 채무조정 등 특단의 자영업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