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구이지학(口耳之學)이 아니라면 목숨을 걸 듯 글을 읽어야 한다. 치열한 독서 자세를 알려주는 말로 현량자고(懸梁刺股)가 있다.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묶고,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며 글을 읽었다는 성어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학자 손경(孫敬)과, 전국시대의 종횡가(縱橫家) 소진(蘇秦)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현두자고(懸頭刺股) 또는 자고현량(刺股懸梁)이라고도 한다.
‘현량’은 손경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자가 문보(問寶)인 손경은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려고 문을 잠근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 읽기에 몰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폐문(閉門)선생, 폐호(閉戶)선생이라고 불렀다. 그는 ‘노끈으로 머리카락을 묶어 대들보에 매달고’[以繩系頭 懸屋梁] 글을 읽었다. 잠이 와서 고개를 떨구면 노끈이 팽팽해지면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게 한 것이다. 몽구(蒙求)와 태평광기(太平廣記) 등에 실려 있는 고사다.
‘자고’는 소진의 이야기다. 그는 진(秦) 혜왕(惠王)을 찾아가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밝혔으나 소득이 없었다. 좌절하고 돌아온 그를 가족들이 박대하자 태공망(太公望)의 ‘육도(六韜)’, 귀곡자(鬼谷子)의 ‘음부경(陰符經)’ 등 병서 공부에 집중했다. 졸리면 ‘송곳으로 넓적다리를 찔러 피가 발까지 흐르도록’[引錐自刺其股 血流至足] 열심히 읽었다.
1년이 지나 마침내 그 책의 이치를 터득한 소진은 이를 바탕으로 작은 나라들이 진나라에 대적하는 합종책(合縱策)을 펼치며 6국의 재상이 됐다. 전국책(戰國策)의 진책(秦策)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