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올 한 해 동안 미국이 지불할 적자액은 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로서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유일한 엔진’이며, 따라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중국도 유로존도 아닌 바로 미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유일한 엔진’은 잘 돌아가고 있는가? 올 한 해만을 바라보면, 미국 경제는 매우 굳건해 보인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2.8% 정도로 예상되는 가운데, 근원 인플레도 1.8% 정도로 안정되어 있고, 실업률도 5.3%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여러 가지 지표상 미국 경제는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장기적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는 순항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기적 면에서의 미국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미국 경제가 향후 25~40년간 2% 정도의 저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그 이유로 인구구조 변화, 교육문제, 소득의 불평등, 그리고 정부부채 등 구조적 원인을 지목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의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이러한 공급적 측면 외에 ‘구조적 장기침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선진국의 경우 과다한 저축에 비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소한 투자,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실질금리의 하락 현상을 꼽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질금리의 하락 추세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금의 공급, 즉 저축에 비해 자금의 수요, 즉 투자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서머스 교수는 완전고용의 전제하에 저축과 투자가 일치되는 이자율 수준을 도출하고, 이를 ‘자연이자율’ 또는 ‘완전고용하의 실질금리’라 명명했는데, 그에 의하면 이 ‘자연이자율’의 수준이 현재로서 마이너스(-) 상태까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금리는 아무리 낮춰도 (-)까지 낮출 수 없으므로, 역설적으로 현실세계에서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따라서 장기간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서머스 교수에 의하면, 2008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또는 ‘주택가격 버블’이라는 문제로 위장되어 있을 뿐, 그 실상은 이미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자연이자율’의 하락현상이라 지적한다.
따라서 ‘자연이자율’이 (-)영역까지 하락해 있는 한, 현실세계의 명목금리 또한 0%를 유지하는 장기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불가피하며, ‘제로금리’하에서는 사람들이 넘치는 저축자금을 가지고 돈이 되는 수익처를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니게 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이므로, 결국은 주식이나 채권 등 자본시장에서의 ‘버블’은 ‘장기 경기침체’하에서는 매우 흔한, 일상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준다. 첫째, ‘장기 경기침체론’이 맞다면, 우리나라를 위시한 선진국 경제는 향후 상당히 오랜 기간 저성장 모드로 들어간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장기 경기침체’하에서는 ‘자산시장의 버블’ 및 그로 인한 자산시장의 가격 급변동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자산시장의 버블은 나름대로 투자에 비해 저축이 넘쳐나는 상황하에서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옵션이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로서는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이냐, 아니면 자산버블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