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7일 求無不獲(구무불획) 구해서 얻지 못할 게 없는 것은 책

입력 2015-09-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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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팔방미인’ 소동파는 책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그의 ‘이씨산방장서기(李氏山房藏書記)’를 살펴보자.

“상아, 물소 뿔, 진주, 옥, 이런 진괴한 물건은 사람의 이목은 즐겁게 하지만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금석, 초목, 실, 삼베, 오곡, 육재(六材)는 쓰기에 적절하나 사용하면 닳고 취하면 고갈된다. 사람의 이목을 즐겁게 하면서 쓰기에도 적절하고 써도 닳지 않으며 취해도 고갈되지 않고 똑똑한 자나 불초한 자나 그를 통해 얻는 바가 각기 재능에 따르고, 어진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그를 통해 보는 바가 각기 분수에 따르되 무엇이든 구하여 얻지 못할 게 없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象犀珠玉怪珍之物 有悅于人之耳目 而不適于用 金石草木絲麻五穀六材 有適于用而用之则弊 取之則竭 悅于人之耳目而適于用 用之而不弊 取之而不竭 賢不肖之所得各因其才 仁智之所見各隨其分 才分不同而求無不獲者 惟書乎]

계속 읽어보자. “내 벗인 이공택(李公擇)은 젊었을 때 여산(廬山) 오로봉(五老峰) 아래 백석암의 절집에서 글을 읽었다. 공택이 떠난 뒤 산중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여 묵던 곳을 ‘이씨산방’이라 했는데, 이곳에 보관된 책이 9000여 권이나 된다. (중략) 공택이 나에게 기문(記文)을 써 달라 하기에 곧 이런 말을 하여, 후학들로 하여금 옛날 군자들이 책을 보기 어려웠던 사정과, 오늘날 학자들이 책이 있어도 읽지 않는 애석함을 알게 하노라.”

공택은 아호이며 이름은 이상(李常). 필화에 휘말린 동파를 두둔하다 참수 직전에 살아난 일도 있다. 동파는 9세 연상인 그를 형처럼 따랐다. 동파 문집에는 ‘공택 형과 술 마시기로 한 날 거센 바람이 불어서’[約公擇飮是日大風] 등 그에게 보낸 시가 28수, 서찰이 18통이나 담겨 있다. 동파의 제자이자 벗이었던 서예가 ‘산곡노인’ 황정견은 이공택의 조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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