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너도나도 제품 용량 늘리는데… 양 줄여 값 올리는, 넌 누구냐?

입력 2015-09-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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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12년산 내달부터 용량 줄여… ‘빼빼로’·‘베지밀’도 사실상 인상 효과 거둬

경기 불황으로 업계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늘린 대용량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반대로 같은 가격에 용량만 줄이는 ‘꼼수 인상’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임페리얼 12년 산에 대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인상을 단행한다. 내달 1일부터 임페리얼 12년산의 용량을 기존 500㎖에서 450㎖로 10% 줄이기로 했다. 출고가는 2만6334원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제품 가격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스카치블루, 골든블루 등 경쟁사들의 위스키 가격은 우리(임페리얼)와 거의 같은 수준인 반면, 이미 용량은 450㎖여서 경쟁사들과 용량을 맞추고 소용량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롯데제과도 빼빼로의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 초코 빼빼로는 판매가격 960원(대형마트 기준)을 유지하면서 중량을 52g에서 46g으로 11.5% 줄였고, 아몬드 빼빼로와 땅콩 빼빼로도 중량을 39g에서 32g으로 17.9% 줄였다.

정식품도 베지밀에이(A) 담백한 맛과 베지밀비(B) 달콤한 맛의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만 1000㎖에서 950㎖로 5% 줄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업체들은 이 같은 전략으로 가격인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용량을 줄인 후에 가격인상을 단행하면, 사실 가격을 두 번 올리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불황 트렌드에 맞춰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늘린 대용량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시한 ‘라지’(20온스, 약 591㎖)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아이스 카페모카,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 판매는 지난 3∼7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 상승했다.

편의점 씨유(CU)가 지난 7월 출시한 PB 대용량 음료인 ‘CU 믹스커피 1리터’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약 80% 증가했다. 이 제품은 1회용 믹스 커피 약 10잔 분량으로, 가격은 2600원이어서 기존 상품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이 같은 수요 흐름에 발맞춰 CU는 최근 새롭게 리뉴얼한 PB음료(6종)를 선보였다. 동일한 가격에(1000원) 용량은 기존 340㎖에서 360㎖로 20㎖ 늘렸다. BGF리테일 정승욱 MD는 “최근 소비자의 음용량이 증가하는 트렌드에 맞춰 대용량 음료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상품군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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