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악몽 벌써 잊었나…무늬만 바꾼 ‘서브프라임’ 상품 다시 활개

입력 2015-09-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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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블룸버그
▲사진출처=블룸버그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특히 8년 전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연상케 하는 유사 상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어 금융위기 사태 재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기지담보부증권 발행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앤젤오크캐피털은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에 미달하는 고객을 겨냥해 ‘논-프라임 모기지(non-prime mortgages)’ 상품을 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펀드도 이미 지난달에 유사 상품을 도입해 7200만 달러(약 86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심사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이 상품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s)와 이름만 살짝 달리한 것이다.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버블기에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졌고, 이후 집값이 폭락하자 부실 대출이 급증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사태가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 고수익에 눈이 먼 투자자들이 과거의 악몽은 잊은 채 다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리스크 상품에 현혹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품이 다시 시장에 나온 배경은 미국 정부의 강화된 대출 기준이 오히려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출 시 개인의 신용도를 수치화한 ‘FICO스코어’를 적용하고 있다. FICO스코어의 범위는 300~850점이며, 이 가운데 620점 이하이면 서브프라임으로 분류된다. 평균 점수는 700점이다. 대출자는 월 기준 부채상환비율도 최소 43%를 충족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FICO스코어를 바탕으로 우량고객과 비우량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다.

앤젤오크캐피털의 브래드 프리들랜더는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들이 대출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 이들은 아직도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상품 출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출 기준이 낮은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NAR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켄 피어스는 “투자자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비금융권에서도 위험 고객에게 대출을 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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