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영국 테스코로부터 60억달러(약 7조20000억원)에 사들였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국내 기업 인수 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해외 운용사와의 한판 승부에서 완승을 거둔 기념비적인 딜(deal)로 평가받지만 이를 보는 싸늘한 시선도 존재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앞에 고가매입과 먹튀 논란, 노사갈등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앞으로의 경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가는 당초 6조원 안팎으로 예상돼왔다. 심지어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매장의 매각과 수년째 신통치 않은 매출과 이익률을 근거로 4조원 선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최종 가격은 7조2000억원으로, 무려 1조2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이 뛰었다. MBK가 지분 100% 매입금액(equity value) 5조8000억원을 내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다. 테스코가 실시한 올해 예비입찰에서 MBK 등 사모펀드 5곳이 써낸 가격이 6조7000억원 정도인데 이와 비교해도 5000억원이 많다. 해외 PEF 칼라일도 예비 입찰 전 테스코에게 6조5500억원을 써냈다. 대형마트 수익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7조 원대 인수금액이 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고가매입에 따른 ‘먹튀논란’도 잠재워야 한다. 15년 전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입시 8000억원을 들였다. 이후 주식 매입과 증자 등을 통해 약 1조3000억원 정도가 투자비용으로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배당이나 로열티, 이자 수익으로 회수했고, 이번 매각 대금을 합치면 한국 시장에서 5조원 이상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위기 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아 남긴 차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먹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MBK컨소시엄에 국민연금이 1조원 가량을 보태 국민 세금으로 먹튀를 동조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비 홈플러스 예비입찰 전부터 국민연금의 공공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김 회장은 노조와의 예견된 갈등도 풀어야 한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는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분할 매각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걸 명확하게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MBK 김광일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은 물론,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재매각을 위해 홈플러스의 사업 부문을 쪼개서 팔거나 이를 위해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