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에 대한 역발상이 소비자들에게 통했다. 이마트의 식품 PB인 ‘피코크’ 제품이지만, 시중가보다 비싼 프리미엄 제품군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9일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초마짬뽕’은 시중 짬뽕 라면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출시 2개월 만에 5만7000개가 팔렸다. 정 부회장은 3대를 오직 짬뽕 하나로 승부를 걸어온 홍대 맛집인 초마짬뽕을 신세계 전문식당가에 입점시키더니, 지난 7월 피코크 제품으로 다시 출시했다. 가격은 2인분에 8480원이다.
이 외에도 이마트 피코크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피코크 남원추어탕’도 출시 두 달 만에 2만개 이상 팔렸다. 지난달 말 선보인 조선호텔 김치 역시 2주 만에 2만개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달 출시해 22만개가 팔렸다는 프리미엄 팝콘은 미국 시애틀과 시카고 지역의 명물 팝콘 맛을 벤치마킹해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정 부회장이 절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강한 PB제품에 대해 가격보다 질로 승부하겠고 나서면서, 식품군인 피코크는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전문 셰프와 피코크 제품을 함께 연구하는 모습을 게재하고, 피코크 제품을 실제 집에서 먹는 사진을 올리는 등 열정과 애정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의 노력 덕분인지 올 1~8월 이마트 피코크 제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3.3% 상승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780억원이었던 피코크 매출을 올해엔 15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특히 상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지난해 600여개에서 2019년 1000개로 늘리고, 피코크 출시 10년 째인 2023년엔 1500개 수준으로 확대해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에서도 고급 선물세트를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피코크 프리미엄 명절 선물세트’를 올 추석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또 지난 6월 선보인 이마트의 ‘피포크키친’은 피코크 제품을 요리해서 선보이는 식당으로, ‘입에는 욕심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매장 내에 걸어놓고 프리미엄 전략을 동일하게 내세우고 있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 전문점을 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그룹 내 유통채널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공·간편가정식·오가닉 등으로 구성된 피코크 전문점을 신세계그룹 내의 백화점, 슈퍼, 편의점, 쇼핑몰 등에 진출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다른 유통업체와 전문점에 출시하고 해외 수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