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열기가 뜨겁다.
애플, 로열더치셸(이하 셸), 바이오젠 등 미국 주요기업이 이번 주에 회사채를 발행해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시장 변동성 등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채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 경제 침체 등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자극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애플은 유럽에서 8년 물, 12년 물 채권을 분할 발행해 20억 유로(2조657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4월 BG그룹을 인수한 셸 역시 회사채 분할 발행을 통해 15억 유로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사주 매입을 검토 중인 바이오젠은 60억 달러(약 7조1200억원)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FT는 미국 기업들의 채권 발행 열기로 유럽 시장에서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현지 기업들을 앞질렀다고 전했다. 달러가 강세인 가운데 유럽의 통화완화 정책 덕분에 자금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유리한 까닭이다.
이에 FT는 3주가량 남은 이번달에 달러 시장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회사채에 유입될 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노동절을 맞아 미국 증시가 휴장한 이후 8일과 9일에만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투자등급채권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 투자 열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음 주 예정된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자금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해석된다.
CRT캐피털의 데이빗 에이더는 “시장이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비어 있지 않다”면서 “(회사채 발행으로) 최소한 110억 달러의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사채 발행은 오히려 투자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미국에서 발행된 투자등급 채권 규모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매달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