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인하 시그널 끄고…美 금리인상 충격 가능성 주시

입력 2015-09-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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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끄고 연내 예상되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 가능성을 주시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9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석달째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를 개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난 가운데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 결정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사실상 껐다고 해석하는 데 충분했다.

◇“올 성장률 2% 초반으론 안 떨어질 것” = 이 총재는 한국경제 성장률에 대해 “지난 7월 전망한 성장경로(올 성장률 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해외 IB가 전망한 것처럼)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 인하 주장의 주요 근거가 성장률 하락 우려임에 따라 이 총재의 기존 전망치 고수는 금리인하 기대를 낮췄다.

이 총재는 또 현 금리수준에 대해 “우리가 이용가능한 모든 지표를 동원해 보면 한국 금리 수준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이다”라고 평했다.

특히 시장금리 수준에 대해 “장기 시장 금리나 은행 대출 금리는 제로(0) 금리인 미국과 비교할 때 같거나 더 낮은 수준이다”며 “전체적으로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수출과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긴장의 끈을 바짝 죄었다. 이 총재는 “수출 부진이 우리 경제 회복세 지속에 가장 큰 관건이다”면서 “올해 수출이 지난 7월의 한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 연내 금리인상, 중국의 금융‧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우려했다.

◇“美 금리인상 다른 리스크와 맞물리면 충격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파급 효과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미국 당국의 언급에 비춰볼 때 연내에는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 금리 인상이 다른 리스크와 맞물려 일어날 경우 그에 따른 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제불안이 깊어지거나 국제 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 경제가 큰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경우 그 충격이 여타 신흥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금리인상 충격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 = 그러나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이 다른 신흥국보다는 제한적이고 차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시장에 이미 많이 반영된 점, 인상 속도가 과거와 달리 점진적일 것이란 점,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실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3개월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10조원가량 감소했다”면서도 “이는 국내 요인이 아닌 대외 리스크에 따른 결과로 국제자금 이동결과에 따라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분석해본 결과 2013년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 당시보다는 유출 규모와 속도, 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긴축발작이란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가치, 주가 및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현상을 가리킨다.

한편 이 총재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시스템 비용으로 전이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채권금융기관 등 시장 중심으로 상시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원활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뿐만 아니라 업황이 장기간 부진한 중소 한계기업의 구조조정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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