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하순 유엔총회 기간에 롯데 뉴욕팰리스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라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원래는 84년 전통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이용했으나 안보상의 문제로 숙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당초 힐튼 계열이었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지난해 10월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인수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호텔에 투숙할 경우 자칫 중국 측의 스파이 행위의 표적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호텔이 중국 측에 넘어간 이후 중국 관리들이 이 호텔에 감시장치를 설치해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이 하는 비밀대화를 도청할 것이라는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 대신에 선택한 호텔은 롯데그룹이 최근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이 호텔은 롯데호텔이 지난해 5월 8억500만달러(약 9000억원)를 들여 '뉴욕 팰리스'를 인수한 뒤 명칭을 '롯데 뉴욕 팰리스'로 변경했다.
포린폴리시는 이 호텔에 대해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의 재벌인 롯데그룹 호텔부문이 인수해 이름을 바꾼 호텔"이라며 "국무부는 이 호텔에서 외교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이 호텔에서 국가 정상 및 고위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에 대통령의 숙소를 내주게 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1931년 맨해튼 중심부인 파크 애비뉴에 개관, 1993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브릿지와 함께 뉴욕 시의 공식 상징물로 선포된 유서깊은 호텔이다.
이 호텔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재임기간 1929∼1933년) 이후 84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유엔 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로 투숙하면서 외국 정상과 외교관들을 만나는데 이용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이 호텔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