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 녹인, 위험부터 챙겨라

입력 2015-09-14 10:51 수정 2015-09-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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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ELS 기초자산 중 하나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H지수)가 급락하면서 녹인(Knock-In) 손실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8월 중순 9000대로 하락한 H지수는 11일을 기준으로 9700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지난 3개월 전보다 30% 하락한 수준이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하락하다보니 증권사들의 헷지가 사실상 불가능해 혼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의 ELS 운용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지수가 8000대로 내려간다면 상당수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할 거라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파생결합증권 손실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며 증권사 건전성, 유동성, 수익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또 “H지수 쏠림이 지나치다”고 경고 목소리를 내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 발행을 일정 기간(6개월) 제한할 뜻을 밝히자 현재 증권사들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LS의 녹인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 있는 투자였음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이 H지수 하락으로 인한 증권사의 신용위험 가능성을 발빠르게 점검한 만큼 ELS 불완전판매 여부 및 대책 등을 세세히 검토했다면 어땠을까.

과거 몇 번의 녹인 발생 경험 때문인지 투자자들은 예전과 같은 극단적인 공포에 휩싸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ELS의 상품 구조가 더욱 복잡해져 투자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ELS 등 금융투자상품 리스크 요인 점검’을 위해 주재한 금요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수익구조를 가지는 금융투자상품 특성상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뛰어 넘는 수익률을 올리려는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ELS 공모발행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또 넓은 영업망을 갖춘 은행 등 신탁을 통한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ELS 발행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손실상환 비중과 원금 손실률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투자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H지수가 추가하락할 거라고 예상한다면 이익을 포기하거나 일부 손실을 떠안으면서 환매에 나서야 하며 더 이상 하락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상품을 유지할 것이다.

결국 H지수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판단에 따를 일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중 이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투자자는 몇이나 될까.

ELS는 기초자산으로 HSCEI 지수, EURO Stoxx 50 지수 등을 사용하고, 하나의 ELS 발행시 사용되는 기초자산도 1개에서 2, 3개로 점차 증가하고 있어 그 중 하나의 지수만 하락하더라도 손실이 나고 투자위험도가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또 같이 사용된 지수의 상관관계에 따라 투자위험도의 상승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의 투자판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증권사 CEO가 파생연계 상품을 두고 “위험등급을 매기고 두꺼운 투자설명서에 여러 번 서명하도록 하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며 “이것은 마치 위험한 화학공장을 주택지역 안에 들어오도록 허용하고 나서 안전 점검하고 철저히 검수하면 된다는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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