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국민연금 공사(公社)…공사(公私) 구분 하고 논의해야

입력 2015-09-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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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정치권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물어뜯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를 공사(公社)화하려는 움직임에서는 모처럼 국회가 하나로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국민연금공단 산하인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해당 법안은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와 정치권이 일치된 의견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공사(公私)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公社) 추진에 대해 정치권과 관료들이 공사(公私) 구분을 잘 하고 있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기금운용을 공사로 해야 독립성을 보장받고, 고연봉의 능력있는 운용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법 개정 주된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전력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현재 다른 공사들은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가. 공사로 전환해야 독립성이 보장된다면 왜 현재 다른 공사들은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할까.

철밥통, 신의 직장, 방만경영, 관피아, 정피아는 어디를 두고 하는 말인가. 바로 현재 공사들을 두고 하는 말 아닌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공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 중 하나는 캐나다 연금이나 캘리포니아 연금, 네덜란드 연금, 영국 연금 등 해외 연금에 비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처럼 공사를 따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 연금이나 영국 연금 등은 공사를 따로 두고 있지 않는데 수익이 좋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수익률 비교 역시 명백하게 비교 기준이 잘못됐다.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최근 3년간 수익률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 연기금에 비해 국민연금이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짜깁기식’ 통계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연기금은 주식과 대체투자 비율이 높고 국민연금은 채권투자 비율이 높다. 채권투자 비율이 높은 것은 그동안 과거 정권에서 채권 매입 수요가 없는 어려운 시기마다 국민연금에 떠넘긴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3년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근거로 이 시기만의 수익률 비교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10년간의 수익률로 놓고 보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야당은 전북지역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기금운용의 공사화에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를 비롯해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위해서 공사화해야 한다는데 그런 전문가들이 과연 전북까지 내려올지도 의문이다.

국민연금이 손해를 본 투자에 대해 무엇이 문제였는지부터 점검하면 답이 나온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투자한 SOC나 채권, 그리고 일부 재벌 뒷바라지로 손해를 본 것이 주된 이유다.

정치권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公社)화 추진에 앞서 공사(公私) 구분부터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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