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정치금융은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김상헌 사외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그는 리스크관리위원 자리까지 꿰차면서 산업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사외이사의 내부 견제기능 강화를 위한 국내 은행 지배구조의 개편 흐름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행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리스크관리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문제는 3조원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발생 등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이들 사외이사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사외이사는 대우조선 부실이 발생한 시점인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개최한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경영진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최고경영자(CEO) 견제 및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지적이다.
김상헌 사외이사는 경북대 행정학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서울대에서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같은 기간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단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들 모두 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산업은행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사외이사 전원이 교수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 사외이사 모두 홍기택 회장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통합산은 출범에 맞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폐지했다. 이에 향후 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홍 회장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 소위 정피아(정치+마피아)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인사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