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들어는 봤니? 300만원짜리 '취업보장' 학원

입력 2015-09-15 20:0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난 9일 서울 양평동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전역 연기 장병 채용 면접'에 참가한 예비역 병장들의 모습.(사진제공=롯데그룹)
▲지난 9일 서울 양평동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전역 연기 장병 채용 면접'에 참가한 예비역 병장들의 모습.(사진제공=롯데그룹)

"부러워 죽겠다. 역시 인생은 한방이고 타이밍임. 누군 못 들어가서 안달인데..."

롯데그룹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던 지난달 스스로 전역을 연기한 장병을 우선 채용한다는 뉴스를 접한 한 네티즌의 반응입니다. 이들 장병의 전역은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전역 후 삶은 '취준생(취업준비생)'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하늘의 별따기'라는 대기업 취업을 위한 험난한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채용 1순위'가 됐으니까요.

'채용 미담'이나 '합격 후기'를 접한 취준생 대부분 부러움과 함께 불안함을 느낍니다. '저런 특이한' 사건이나 경험이 없는 '나는 어쩌나'하는 생각에서죠.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셈입니다.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면서 취준생의 불안함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취준생의 불안함을 이용한 '취업 사교육'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취업 사교육 열기는 입시 사교육을 방불케 하는데요.

채용 프로세스에서 자소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료 자소서 첨삭지도는 거의 기본이 되고 있고요. 여기에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 어려워하는 인·적성 검사 추리와 수리 영역을 가르쳐주는 인터넷 강의도 인기입니다. 면접에서 중요한 첫인상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예절·에티켓 컨설팅도 있습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최근에는 100%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취업 풀코스 학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대기업 합격 보장코스'.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준비해주는 일종의 '종합반'인데요. 전직 대기업 인사팀 출신 강사진의 '풀 케어'가 특징입니다.

문제는 학원비입니다. 단과반은 30만원 정도고요. 종합반은 300만원 선에 이릅니다. 대신 종합반 수강생이 대기업에 합격하지 못하면 수강비 100%를 환불해주는 파격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원의 종합반...학원비를 낸다고 해서 아무나 받아주지 않습니다. 수강생의 선발기준은 '적절한 수준의' 스펙과 경험. 여기서 적절한 수준은 스펙은 3.5수준, 어학은 780점이고요. 인턴이나 알바경험 공모전, 배낭여행 등의 경험도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간절함'까지 탑재돼야 이 학원의 수강생이 될 수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이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대기업' 기준이 애~~매합니다. 목표 기업리스트에는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외국계 기업과 '히든 기업' 등이 있는데요. 여기서 '히든 기업'이라는 표현이 그럴듯하지만 사실 '애매모호'합니다. '히든 기업' 선정 자체가 주관적이고, 아무리 기업 전망이 좋다고 해서 그 회사가 '대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노진환 기자 myfixer@)
(노진환 기자 myfixer@)

그런데도 해당 학원은 취준생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그만큼 취준생의 불안감과 취업에 대한 절실함이 크다는 것이겠죠. 해당 학원의 취업 설명회를 다녀왔다던 한 취준생. 안내받은 학원비가 무려 270만원이었다는데요. 취업하려고 그 돈을 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번쯤 그들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로 채용에 '정답'은 없다고 말합니다. '뻔하지 않은' 자신만의 스토리로 승부를 걸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소위 '채용 사교육 전문가'들 정답은 없지만 '필승 전략'이 있다며 '스토리'를 완성해 주겠다며 취준생을 '유혹'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가 '사교육 공화국'이라고 할지라도 대학 입시도 모자라 채용 문턱을 넘는 데 사교육이 필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기자의 그런데] '잊혀지는 세월호'와 '도전 골든벨' 개념 여고생

[e기자의 그런데] '청춘' 울리는 탈모 이야기

[e기자의 그런데] "탈스펙이고 뭐고, 자소서만 쓰다 죽을 판이네요"

[e기자의 그런데]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 살인자가 된 연인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경제성장 1%대 회귀하나…한은, 성장률 내년 1.9%·2026년 1.8% 전망
  • '핵심 두뇌' 美·中으로…한국엔 인재가 없다 [韓 ICT, 진짜 위기다下]
  • '회복 국면' 비트코인, 12월 앞두고 10만 달러 돌파할까 [Bit코인]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송석주의 컷] 순수하고 맑은 멜로드라마 ‘청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단독 론칭 1년 만에 거래액 1억弗 달성 ‘트롤리고’…내년부터 원화 결제 추진
  • 정몽규, 축구협회장 4선 노린다…허정무와 경선
  • 오늘의 상승종목

  • 11.28 15:2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2,510,000
    • +1.66%
    • 이더리움
    • 4,986,000
    • +4.38%
    • 비트코인 캐시
    • 723,500
    • +3.88%
    • 리플
    • 2,053
    • +6.21%
    • 솔라나
    • 331,200
    • +2.35%
    • 에이다
    • 1,400
    • +3.55%
    • 이오스
    • 1,113
    • +0.54%
    • 트론
    • 279
    • +0.72%
    • 스텔라루멘
    • 674
    • +8.3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9,250
    • +6.43%
    • 체인링크
    • 24,990
    • -1.26%
    • 샌드박스
    • 836
    • -0.7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