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한 13살 여학생보다 모텔비 적게 낸 20대 '유죄'

입력 2015-09-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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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13살 여학생과 만난 20대 남성이 성관계하려고 모텔에 갔지만 수중에 돈이 8천원밖에 없었다.

염치 불고하고 모텔비 2만원 중 2천원을 깎고 여학생에게 1만원을 빌려 방을 구했다.

이후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은 여관비를 여학생이 더 많이 냈기에 성을 산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과연 죄가 있는 것일까.

법원은 당연히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2)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는 작년 6월 10일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13)양을 알게 됐다.

A양이 가출해 당장 잠잘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겠다고 약속하고서 다음날 낮 A양을 불러냈다.

의정부역 부근에서 A양을 만난 이씨는 한동안 길을 돌아다니다가 "여기는 더우니 쉬러 가자"며 근처 모텔로 데려갔다.

모텔 대실 요금이 2만원이었지만 수중에 8천원밖에 없었던 이씨는 A양에게 "돈을 가진 게 있느냐"고 물어 1만원을 받아내고는 2천원을 깎아 겨우 모텔비를 냈다.

성관계를 끝내고 나온 이씨는 약속과 달리 "여행 갔던 부모님이 일찍 돌아오시는 바람에 재워줄 수 없다"는 말만 남긴 후 A양을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법정에서 이씨는 "집에서 잠을 재워준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고, 모텔비 중 8천원을 냈지만 A양이 1만원을 냈기 때문에 성을 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양의 화장한 모습의 채팅 프로그램 프로필 사진이 20살 정도로 보여 미성년자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얼굴을 보면 13살인 것을 모르겠느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가출한 피해자를 집에서 재워줄 것처럼 해 만나서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 성을 사는 행위를 했고, 그 후에도 자신 때문에 무일푼이 된 피해자를 나 몰라라 버려두고 온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A양이 1만원을 선뜻 준 것도 이후 피고인이 집에서 재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이 잠자리 등 대가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고 A양은 이를 기대해 성관계에 응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성매매 대가로 제공한 금액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고 대가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있으면 성매매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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