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무지(無知)가 넘치는 정무위 국감

입력 2015-09-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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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자본시장부 차장

정국이 국정감사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몰랐던 비리가 밝혀지고 정책의 비효율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에 대한 비난과 대책 요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따끔한 질타와 지적에 금융당국은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금융과 보험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정책추진, 제도의 불합리성, 업무 추진의 허점 등이 도마에 오르기도 합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자본시장 개혁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역할론도 집중 질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국감에 나선 피감기관 수장들은 관련 분야에서 수십년 관록을 이어온 전문가들입니다. 정책의 발의와 추진과정, 성과,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공무원들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소속 의원들은 날카로운 질의를 쏟아냅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소속 상임위의 현안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터라 기관장들의 혼을 쏙 빼놓기도 합니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피감기관의 문제점은 하나의 성장통입니다. 자본시장의 개혁과 효율화,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기도 합니다.

반면 일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자신들의 무지(無知)와 안일함을 드러냅니다. 부지런히 관련 현안을 파고드는 일부 의원들과 상반된 이들입니다.

보험 보상제도의 불합리성을 강조한 A의원은 ‘미신고 수리비’를 연거푸 강조하며 금감원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합니다. 자동차 사고로 불거진 물적 피해보상을 수리와 복원이 아닌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인데요. 정확한 명칭은 미신고가 아니라 미수선, 즉 수리를 하지 않는 대신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의원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지속적으로 ‘미신고 수리비’를 강조하고 질의를 이어갑니다. 피감 기관장이 이를 수정해 “미수선 수리비…”라고 말했지만 의원은 계속해서 자신의 무지(?)를 피력합니다.

단순한 명칭 실수가 아닌, 전반적인 제도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발언을 그치지 않고 계속합니다. 그저 의원실 보좌관이 만들어준 자료를 읽기에 급급한 것이지요.

그뿐인가요. B의원은 법인세 인하 이후 사내 유보금이 폭증했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허점투성이 자료를 들고 있으려니 답답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결국 해당 의원실에 문의해 자료의 출처와 타당성, 해당 기간 등을 문의했지만 명확하게 대답하는 관계자는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뒤져 피감기관을 압박할 수 있는 숫자만 끌어모았다는 편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이렇게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원들은 국감이 이어지면서 지식의 바닥을 드러냅니다. 이쯤되면 자신들이 지닌 마지막 카드를 꺼내듭니다. 바로 ‘호통치기’인데요. 정책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감에서 주목을 못 받기 시작하면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국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최적의 자기 홍보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의원들은 자동차사고 보험보상이, 기업의 사내유보금 범위가, 감독원의 기능이 어디까지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정감사 역시 호통 국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는 게 없고 겁이 많은 이들이 큰 소리를 내고 남을 비난합니다. 국감 속 의원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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