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한 정태수(92) 전 한보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부장판사 김병수)는 정보근(52)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출국금지 기간연장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기준 증여세 약 639억원, 기타 국세 약 390억원 등 총 1029억원을 체납해 개인 고액·상습체납자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국세청의 요청으로 매년 출국금지가 연장되고 있는 상태다.
정씨는 세무당국이 재산을 모두 압류하고 공매절차를 진행해 현재 재산이 없는데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연장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 정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출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씨 소유의 은닉재산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없다"며 "정씨가 출국할 경우 이를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정씨가 정 전 회장에게 입국을 권유할 수 있고, 정 전 회장이 입국하는 데에도 아무런 법률적 장애 사유도 없다"며 "정 전 회장의 건강이 현재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은 1997년 한보그룹 부도 후 횡령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2002년 말 특별사면됐다. 이후 2006년 횡령죄 등으로 다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5월 해외로 출국해 지금까지 입국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