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오와 김무성대표 사위, 그리고 지강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9-17 06:57 수정 2015-09-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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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을 소환하는 사회의 민낯은?

▲지강헌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홀리데이'.
▲지강헌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홀리데이'.

‘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비지스(Bee Gees)의 ‘홀리데이(Holiday)’가 흘러나온다. 서른네 살의 한 남자는 생의 벼랑에서 절규한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우리 법이 이렇다.”그는 유리 파편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경찰의 총알 두 발이 관통했다. 그는 숨졌다. 세상은 그를 ‘광란의 탈주범, 지강헌’이라 부른다.

1988년 10월 16일 이후 지강헌에 대한 끊임없는 소환은 더 심화하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 때문이다. 갈수록 더해가는 권력가와 자본가의 횡포와 불법 때문이다. 지강헌에 대한 소환은 정의가 실종되고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근 지강헌이 수많은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다. 영화 속 한 인물과 현실 속 한 인물 때문이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베테랑’의 재벌 3세 조태오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38) 씨다.

정의는 영화에만 존재한다. 정의는 현실에선 권력과 자본에 의해 사어(死語)가 돼가고 있다. “죄짓는 놈 벌 받는다”는 정의는 영화‘베테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영화의 판타지일 뿐이다. 1200만 명의 관객은 비록 현실에서 의미를 상실하고 박제돼버린 정의이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살아난 것에 열광했다.

하지만 영화 속 판타지마저 현실의 한 인물로 인해 무참히 깨졌다. 바로 이모 씨다. ‘김무성 대표 사위’라는 수식어로 대중매체를 수놓고 있는 이모 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가 드러났다.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검찰도 항소하지 않았다. 법원과 검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증폭되자 법원은“형량 범위는 권고 기준일 뿐이며 동종 마약 전과가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수사할 때 이 씨 가족관계를 전혀 몰랐다. 구형 기준 범위 내에서 구형했으며 전과가 없고 수사 협조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정치인 인척이기 때문에 양형이 약하게 되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고 했다.

이런 해명 앞에 수많은 국민은 좌절을 넘어 분노했다. 지강헌이 죽어가면서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 ‘권력층과 재벌 무죄, 서민 유죄’라는 수식어를 덧붙이면서.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인구 20%의 부와 행복을 위해 나머지 80%의 빈곤과 비참을 강제하는‘20대 80 사회’, 아니 ‘1%의 탐욕 그리고 99%의 분노’로 대변되는 1대 99라는 극단의 사회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에서 주장한 것처럼 주고 되돌려받는 ‘전유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through appropriations)’시대가 끝나고 주는 것도 없이 빼앗아버리고 빚지게 하는 이른바 ‘탈취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through dispossession)’의 코드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를 휩쓸면서 권력과 자본을 가진 1%는 정의와 양심을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무력화시킨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으러 온 노동자를 두들겨 패고 그것도 부족해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법 위에 돈 있다” 를 당당하게 외치는 ‘베테랑’의 재벌 3세 조태오 같은 괴물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지강헌을 소환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되뇌면서 말이다. 길거리에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흘러나온다. 지강헌이 강렬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쯤 지강헌을 소환하는 일이 사라질까.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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