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자가 하면 성희롱, 여자가 하면 농담?

입력 2015-09-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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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문화팀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진짜 사나이’가 성희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현숙과 사유리 등 출연자들이 식사 중 남자 교관의 몸매를 언급하며 “엉덩이가 화나 있다”, “엉덩이밖에 안 보였다”라고 한 발언이 그대로 방송됐다.

심지어 제작진은 교관의 뒷모습에 CG를 덧씌워 엉덩이를 부각했다. 방송 직후 남자 교관의 친누나와 약혼녀는 게시판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고,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빠른 사과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상정을 검토할 만큼 이 문제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부터 남자 출연자에 대한 성희롱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과거 한 여자 패널이 남자 가수에게 “그가 침대에서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발언, 중년의 여자 패널들이 20대 초반 남자 아이돌에게 기습 뽀뽀를 하거나 껴안고 춤을 추는 행동들 모두 성희롱에 해당한다. 만약 여자 출연자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누가 봐도 성희롱으로 인식됐겠지만, 남자 출연자들의 경우 성희롱으로 쉽게 인식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여성에 비해 남성에 대한 성희롱에 관대한 것은 그 기저에 ‘남자는 괜찮다’라는 잘못된 성차별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인식은 남자가 불쾌감을 내색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고, 성적 농담이나 행동도 웃어 넘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성희롱은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민감하고 불편한 문제다. 또한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방송이 성희롱을 개그 소재로 이용하고 대중이 이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할 경우 실생활에서 성희롱 발언과 행동이 무감각하게 행해질 수 있다. 이 논란을 계기로 방송은 더욱 각별한 검열을, 시청자는 비판적인 수용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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