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개변론에서 정당후원회를 찬성하는 이들은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에 대해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정치자금 투명성 수준에서 볼 때 후원회가 허용될 경우 정경유착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인해 지난 2006년 사라진 정당후원회가 부활할 수 있을지 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오후 옛 진보신당(현 노동당) 측이 낸 정치자금법 45조1호 등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을 불러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는 지난 2011년 ‘후원당원’이란 제도로 모 기업 노동조합위원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8000여만원을 받고 기소된 진보신당 회계책임자 이모씨 등의 사건이다.
이씨 등은 “외부 지지자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한 것은 정치자유와 유권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는 정치자금법에 정한 방법으로만 정치자금을 수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일,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6조는 정치인 개인은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있지만, 정당은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후원회는 국회의원, 대통령선거의 후보자와 예비후보자, 대통령선거 당내경선 후보자, 지자체 장 선거후보자 등만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은 후원회를 만들 수 없는데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수수하면 불법이다.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람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 때문일까. 이날 공개변론에서 전문가들은 정당후원회 부활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우선, 옛 진보신당 측은 “당 밖에서 지지당에 후원금을 못 내게 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를 ‘당원이 될 자유’로 수축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보신당 측 참고인으로 나온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후원회 폐지는 신생·소수 정당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며 제도 부활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이해관계자로 나온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후원회 부활 취지는 공감하나 위헌이 난다면 현재 정도의 정치자금 투명 수준에서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관위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제도가 부활하더라도 투명성을 위해 기부자 신원과 지출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결론을 낼 방침이다.
헌재 관계자는 “정당후원회 제도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폐지된 조항이지만, 최근 다시 정치권에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기본권 침해 여부 등 법률적 문제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서 정당후원회가 생긴 것은 1980년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촉발된 정치자금 제도 개혁 요구로 인해 지난 2004년 법 개정 2년 후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