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상현실 기술의 출발점은 사회과학

입력 2015-09-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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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GQ 신철호 의장·조지아대학교 광고학과 안선주 교수(가상현실랩 연구소장)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가상현실(VR)에 대한 잦은 언급은 동영상 이후 무엇이 타임라인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오큘러스를 그가 2조5000억 원에 인수하고, 클리프 플러머의 전트 또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VR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2007년 스탠퍼드 한 연구실에서 VR 기어를 쓰고 낭떠러지를 걸어가는 공포감을 먼저 체험했던 나로서도 VR는 아직 낯설다. 가상의 현실이라는 개념은 무엇이고,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나와는 어떤 관계일까?

VR는 현실이 아닌 모든 가상의 경우에 적용된다. 어린 시절 들었던 신화, 현재 우리가 즐겨 보는 소설·만화·영화 등도 가상의 공간을 제법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내는 소재다. 즉 VR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공간들이 꼭 특별하거나 새로운 경험은 아닌 것이다. 가상의 경험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각 미디어 개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기능,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결정짓는 ‘미디어 어포던스(Media Affordance)’와 관련이 있다.

즉 책이나 TV 등 기존 미디어에는 없는 새로운 특성과 기능들이 VR 기기들에는 존재하고, 사람들은 같은 가상의 공간에 있더라도 자신의 인식에 따라 색다른 각각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동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던 가상의 공간들을 VR 환경에서는 능동적으로 걸어 다니며 사물을 만져볼 수 있게 된 것이니, 같은 가상의 공간이라도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미디어적 특성 때문에 VR에 대한 기존 연구는 대부분 VR 기어 등의 하드웨어 개발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행동 유도성(어포던스)’이라는 개념의 출발은 사람이 기기의 특성과 기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여부에 있다. 다양한 기기들을 통해 첨단 VR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어도 사용자가 그 특성과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VR 환경은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들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인지와 감정·행동을 연구하는 사회과학과 VR의 조합은 매우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대단히 중요하다. 가상 세계에서 ‘나’ 자신이 현실 세계에서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가상의 경험들이 현실의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지, 개인적 특성이 VR 내에서 나의 경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 사람과 VR의 시작에는 상호작용이 있다. 이에 VR의 출발점에는 사회과학이 놓이게 된다.

실증주의 이후 수백년의 긴 역사를 가진 사회과학은 이미 사람의 인지·감정·행동에 대해 많은 발견을 해왔고, 이는 VR를 만나면서 재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VR 환경 내에서 사람들이 왜,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축적된 사회과학 지식 내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 등의 문제가 첨단 기기의 개발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질문들은 왜 VR 기기의 개발이 소프트웨어(SW)와 균형을 이뤄야 하고, 그 SW에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는 철학이 담겨야 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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