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빈방문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 주석은 제70차 유엔총회 참석과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둔화와 시장의 변동성에도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WSJ와의 인터뷰는 시 주석이 올여름 중국증시가 폭락세를 연출한 이후 처음으로 외신과 가진 인터뷰다.
WSJ는 중국이 내세웠던 제조업 주도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정부가 실시한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구조 성장이 빠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 번 돌아온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꾸준히 착실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경제 개혁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여름 중국증시 폭락에 따른 체계적 위험을 제거하고자 정부의 개입이 필요했다”며 “이는 일부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정부의 개입과 비슷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에 대해 그는 “중국은 바다 가운데 떠있는 한 척의 배와 같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중국경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안정감 있는 거대한 선박도 때론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현재의 중국 경기둔화가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시행된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 절하 탓에 중국 내 외국인자본 이탈이 우려되고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급감했다고 WSJ가 지적하자 시 주석은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인 탄소 배출 감출 합의와 이란 핵협상 조율 등 국제적 협력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과 협력해 세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시 주석은 답했다.
이어 “어떤 나라도 세계적 규모의 거버넌스를 자국에 맞게만 재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국의 이해관계는 계속 서로 얽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는 시 주석이 사이버안보,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 무대 뒤 미국과의 갈등에도 공개적으로 실무적 협력관계임을 과시했다고 꼬집었다. 또 이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일부 쟁점에 대해 양보의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내 외국기업에 대한 강한 규제로 자국 기업만 우대한다는 비판을 강하게 부정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사이버해킹에 중국 정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에도 크게 반박하며 “중국 정부는 어떤 형태로도 영리적인 비밀을 훔치는 일에 관여한 적이 없고, 중국 기업에 의한 활동을 어떤 형태로든 격려도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이 지역에서 중국이 매립과 건설작업 등을 진행해 주변국과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