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추문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뒤숭숭합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폭스바겐 종목을 손에 쥐고 있던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지난 주말 미국 환경당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테스트 과정에서 조작 의혹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40% 가까이 빠졌고, 시가총액은 무려 33조원(250억 유로)이나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곤두박질 친 주가와 함께 폭스바겐그룹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의 명성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그룹 CEO로 회사를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견뎌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장에서 한낱 거짓말쟁이로 전락했습니다.
빈터콘 CEO는 약 10년 전 폭스바겐그룹의 자회사인 아우디의 CEO에서 그룹 CEO로 승진했습니다. 이후 자동차 브랜드를 8개에서 12개로 늘렸고, 생산 공장도 두 배나 늘려 그 수가 100여개에 달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판매 증가율도 6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이 전 세계 자동차 판매율 1위를 달성했던 것도 이 같은 밑거름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빈터콘 CEO는 사업 성과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최근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물입니다. 올해 들어 자동차 황제로 군림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과의 권력 다툼에서도 끝내 승기를 잡았습니다. 피에히 전 회장이 22년 동안 움켜쥐고 있던 권력이 이제 빈터콘 CEO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빈터콘 CEO는 배출가스 스캔들 사태가 터지기 불과 3주 전에 회사와 계약기간을 기존 2016년 말에서 2018년 말로 연장했습니다. 당시 피에히 사임 이후 임시로 회장직을 맡고 있는 베트롤트 후버는 “그룹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빈터콘 CEO와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빈터콘 CEO는 조직과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을 믿고 따른 조직과 업계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폭스바겐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말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빈터콘 CEO의 사퇴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빈터콘 CEO가 사임할 경우 나설 수 있는 후계자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빈터콘 CEO가 배출가스 조작을 사전에 알았는지는 이번 주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조작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분명한 것은 전대미문의 이 사태가 ‘빈터콘 체제’ 휘하에서 벌어진 일이란 사실입니다. 빈터콘 CEO가 자신이 10년간 이끈 조직의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면죄부만 바라는 CEO가 아니라 조직과 직원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여론을 막아주는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