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고조되는 금리인상 압박에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채권왕’ 빌 그로스가 연준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당장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야누스캐피털의 14억 달러(약 1조6650억원) 규모 ‘야누스 글로벌 언컨스트레인드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빌 그로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은 당장 ‘제로(0)’금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제로금리가 장기적으로 일상화하면 투자가 충분한 이익이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해 경제참여자들이 빈털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트로이트와 푸에르토리코 등 재정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난 지역을 예로 들면서 “조만간 시카고가 그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어 “401K(퇴직연금)에 가입한 주류 미국인은 피클처럼 절여진 상태”라며 “중앙은행이 ‘테일러모델(인플레이션에 맞춰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통화정책 원칙)’에 초점을 맞춰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미국인은 살아있는 채로 서서히 요리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로스는 그 이유로 보험회사와 거대 연기금들이 저금리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투자자들은 최소 8~10%의 수익률이 확보되지 않으면 교육과 건강, 은퇴, 휴가 등에 들어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로스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그 다음 날인 18일 “그들이 옳은 일을 했다”며 금리동결을 옹호했으나 다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10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12월 인상 가능성은 43%, 내년 1월은 51%로 각각 점쳐졌다. 시장은 올해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