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26일 金舌弊口(금설폐구) 쇠로 된 혀가 해지도록 떠들어댄다

입력 2015-09-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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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금설폐구라는 말이 있다. 金舌蔽口라고 쓰면 금으로 만든 혀로 입을 가린다, 즉 입 다물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蔽는 덮을 폐, 가릴 폐다. 대부분의 자료에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金舌弊口라고 쓰면 180도로 뜻이 달라진다. 쇠로 된 혀가 해지도록 입을 놀려 말한다, 한없이 떠들어댄다는 뜻이다. 弊는 해질 폐, 나쁠 폐다.

원문은 어떨까? 순자 정론(正論)편의 글은 金舌弊口라고 해야 통한다. 정론편은 순자가 법가 묵가의 이론과 묵자의 제자인 송자(宋子)를 비판하며 자기 주장을 편 글이다. 본명이 송형(宋鈃)인 송자는 송영자(宋榮子) 자송자(子宋子)로도 불리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우암 송시열도 송자로 통했지만.

순자는 송자의 비투론(非鬪論)이 틀려먹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싸우는 원인을 그는 남을 욕되게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사람들이 비록 모욕을 당하더라도 욕됨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싸움을 없애려 했다. 그러나 순자가 보기에 싸움의 원인은 욕을 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기가 싫어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송자는 사람들이 모욕당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고 욕되게 하지 말 것만 역설하고 있으니 어찌 매우 잘못된 일이 아니랴? 쇠로 만든 혀로 입이 해지도록 떠들어도 아무 이익이 없을 것이다.”[夫今子宋子不能解人之惡侮 而務說人以勿辱也 豈不過甚矣哉 金舌弊口 猶將無益也] 이 대목을 입 꾹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건 난센스 중 난센스다

순자는 “그는 마치 진흙을 뭉쳐 강과 바다를 메우고 난쟁이가 태산을 머리에 이려 하는 것과 같아 자빠지고 넘어지며 박살이 나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의 이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리는 게 자신들을 위해 좋을 거라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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