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해외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습

입력 2015-09-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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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창작뮤지컬 프로듀서

1년 전, 한국 뮤지컬 시장의 미래 전망을 묻는 언론들에 “2015년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중심에서 해외 오리지널 투어와 창작 뮤지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희한하게 요즘 뮤지컬 시장 흐름이 그렇다.

이번 달만 해도 세계적 공연인 태양의 서커스 ‘퀴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해외 오리지널 팀이 한국에 와서 공연하고 있다. 또 세계적 뮤지컬 어워즈인 토니상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2012년 브로드웨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원스’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22일 시작됐다. 여기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도 다시 볼 수 있다.

해외 수입과 국내 순수 창작으로 이분화하는 영화산업과 달리 뮤지컬산업은 해외 오리지널 공연, 국내 라이선스 공연, 순수 창작 뮤지컬 공연 등 구조가 좀 복잡하다.

해외 오리지널 공연은 말 그대로 해외의 제작자에 의해 해외에서 만들어진 외국 뮤지컬을 일컫고, 라이선스 공연은 그 해외 뮤지컬의 대본과 음악, 연출 콘셉트, 무대와 의상 등 창작 콘텐츠 요소를 로열티를 지급하고 수입해 한국 제작자가 한국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재가공해 공연하는 것이다.

또 창작 뮤지컬은 한국 국적의 제작자가 새로 만들어내는 뮤지컬이다. 그러니 한국의 뮤지컬산업에서는 영화산업처럼 해외 수입 영화와 맞서 한국 영화를 살리자고 영화인들이 생존권을 외치는 결속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우리 것과 우리를 방해하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작품은 해외 것인데 그 작품을 한국어로 공연하면서 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영화산업이 짧은 기간에도 맹렬하게 한국 창작 영화 시장으로 굳건해 진 것과 달리 한국 창작 뮤지컬이 제자리를 당차게 잡는 것은 오랫동안 요원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전문 창작자(뮤지컬 전문 작가·작곡가·연출가 등)가 부족하고 제작 여건상 제작 기간이 짧아 설익을 수밖에 없는 한국 창작 뮤지컬보다 장기 공연과 국제적 검증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가 담보된 해외 라이선스를 선택하는 권리를 누린다. 그러니까 자연히 유명 배우들과 유명 스태프는 대형 라이선스 공연 참여를 선호한다. 공연은 오로지 사람의 호흡으로만 운영이 가능해 영화나 음반처럼 복제가 가능하지 않다. 만약 오늘 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조승우를 만나고 싶다면 서울 신도림동의 디큐브아트센터에 가야만 한다. 공연의 특성상 극소수의 배우와 스태프는 그 희소가치로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개런티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해외 오리지널 공연들의 한국 입성은 이런 뮤지컬 시장의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유치한 제작자들의 한결같은 발언은 이렇다. 해외 공연을 직수입해서 공연하니 유명 배우 섭외와 개런티 해결로 노심초사하지 않아서 좋고, 개성 강한 스태프의 협업을 조율하는 데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검증된 공연에 마케팅 방향도 명확해서 좋은 데다, 창작 개발비가 안 들어 제작비까지 부담이 덜해서 좋다는 것이다. 자연히 공연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분명하다. 제작자들은 해외 오리지널 공연을 더 끌어올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지금 동유럽 고전 뮤지컬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안목이 달라질 것이고 관객들이 공연의 다양성에도 눈을 뜨게 될 것이고 공연의 주인인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되면 뮤지컬 시장도 달라져야 한다.

배우도 스태프도 제작자도 새로운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창조적 존재로 각광을 받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이 새로운 뮤지컬 시장의 나침반의 각도를 스스로 다잡아야 할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의 물음이 뮤지컬인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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