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의 1인자로 불리는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는 10월 말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말까지만 의장직을 수행할 계획이었다”며 “리더십 혼선의 장기화가 의회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기 사퇴를 선언했다.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베이너 하원의장은 “임시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회 방문”이라고 말했다.
올초 3연임에 성공해 5년째 연방의회의 수장으로 최고의 권력을 휘둘러온 13선 의원인 베이너의 시대는 이날 그의 조기사퇴 발표로 저물게 됐다.
통신은 베이너 의장의 중도사퇴 결절은 최근 미 의회를 흔든 낙태 찬성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논란 과정에서 당내 강경그룹인 티파티 세력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공화당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관계자가 적출된 태아의 신체 일부에 대한 매매를 언급하는 듯한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폭로하며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강경파는 연방정부 폐쇄 ‘셧다운’을 감수하더라고 해당 문제를 2016년 회계연도(2015년 10월1일~2016년 9월30일) 예산안과 관련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베이너 입장을 압박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셧다운은 없다며 2016년 회계연도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를 촉구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충돌했다. 이에 베이너 의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정권 후반 각종 업적을 남긴 오바마 행정부를 베이너 의장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리더십의 위기를 겪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최대 외교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란 핵합의가 지나 17일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데 실패해 베이너 의장이 ‘식물의장’으로 전략했다고 지적했다.
강경파인 팀 케시 하원의원은 베이너 의장의 사퇴 소식에 “불가피했다”고 밝히는 등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베이너 의장의 사퇴는 티파티의 상처뿐인 승리이자 정부 셧다운을 불사하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을 더욱 부각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너 의장의 후임으론 하원 2인자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