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통해 성우들이 바랐던 것 “성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로잡혀졌으면…”

입력 2015-09-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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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비긴어게인’ (사진제공=MBC)
▲‘무한도전 비긴어게인’ (사진제공=MBC)

대한민국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면서 외화 더빙 방송은 폐지하게 됐고, 남아있는 영화 방송마저도 더빙이 아닌 자막이 대체한다.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 내레이션 역시 걸그룹이나 배우들이 맡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더욱 성우들이 설 곳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외화 더빙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러 예능프로그램 등으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성우들에게 ‘무한도전’이 외화 더빙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반가움도 있었지만, 우려 또한 존재했다.

지난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은 “목소리가 좋아서 성우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에 “할 것 없으면 해보려고요”라고 말했다. 당시 KBS 권창욱 성우는 트위터를 통해 “‘할 거 없으면 해보려고요’라는 말은 그 직업군에 대한 모독이다.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죄다 ‘할 거 없어서 그거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연예인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결국 성우들 가슴에는 상처가 남았다.

또한 앞서 2013년에는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를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대사와 입 모양을 벙긋거리는 개그를 선보여 성후 비하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출처=정재헌 성우 트위터 캡처)
(출처=정재헌 성우 트위터 캡처)

MBC 공채 16기 정재헌 성우는 ‘무한도전-비긴어게인’ 특집 제의가 왔을 당시인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려와 바람을 나타낸 글을 남겼다.

정재헌은 “아직도 대중들에게 그저 목소리가 좋은 사람, 성대모사를 잘하는 사람, 특유의 오버스러운 억양으로 외화 더빙하는 사람 등으로만 잘못 알려져 있는 성우의 인식에 대한 바로잡기가 이번 방송을 통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금 외화 더빙이 재조명돼서 그 필요성을 알리며 부활하고 그 안에서 목소리 하나로 표정과 동작, 감정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내는 성우들이 얼마나 특별한 연기자들인지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의 외화 더빙기가 그려졌다. 배역이 정해지고 난 뒤 멤버들은 각자 맡은 배역의 대사를 틈틈이 연습했다. 이후 대본 연습에서도 성우들을 놀라게 할 만큼 멤버들의 노력한 흔적은 엿보였다. 실제 녹음에 들어가서도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더빙에 임했다. 물론 멤버들이 이러한 실력을 얻기까지는 기존 성우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성우 윤소라는 ‘비긴 어게인’ 방송 후 자신의 트위터에 “‘무도 비긴어게인’ 더빙에 참여한 성우로서 소감을 말하자면 멤버들 모두 열심히 배워가며 연기했고 김태호 PD와 스테프들도 행여 성우들한테 누가될까 염려하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를 썼다. 덕택에 긴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방송 후에도 ‘무한도전’ 외화 더빙 도전에 대해 “꼭 성우가 아닌 멤버들이 주인공을 했어야 했냐”는 등의 의견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특집에서 멤버들과 제작진이 최대한 성우들에게 누가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진정성은 느껴졌다. 분명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도 정재헌 성우의 바람처럼 외화 더빙이 재조명되고, 성우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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