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의존하는 ‘좀비기업’ 급증…한국경제 부실위험↑ “구조조정 시급”

입력 2015-10-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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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비금융 상장사 비중 올 1분기 34.9%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내외 경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없는 이러한 한계기업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이란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 미만에 머문 기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이를 ‘한계기업’으로 정의해 분석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295개(15.2%)로 증가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런 경험을 한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4년 말 현재 73.9%(2435개)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중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새 12.1%포인트 늘어났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

조선 외에 건설(2009년 11.9%→2014년 13.9%), 철강(2009년 5.9%→2014년 12.8%), 섬유(2009년 9.8%→2014년 13.4%), 전자(2009년 11.5%→2014년 13.2%)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들이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내부적인 구조조정이나 혁신 등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돼 위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차입금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된 분위기도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좀비기업들에 대한 신용 공여가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업황이 더 나빠지면 금융권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은 1.50%로 1분기(1.56%)보다 하락했지만, 대기업의 부실채권비율은 2.35%로 1분기(2.31%)보다 높아졌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여신에서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같은 기간에 대기업 연체율 역시 0.84%로 0.10%포인트 올라갔다. 특히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기업들의 차입금 부담이 늘어나 더는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커지는 것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잠재적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금융사에서 신용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등 기업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악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서둘러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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