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월 일본의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 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고객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위기에 처한 것.
사건은 이랬다. 한 고객이 트위터에 쇼핑몰의 배송료가 너무 비싸다며 “사기”라고 비난하자, 이를 보고 격분한 쇼핑몰 사장이 “사기? 제품이 공짜로 도착하는 줄 아냐. 너처럼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놈은 다시는 주문하지 않아도 돼”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사장은 사건 발생 열흘 후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리고 배송료를 무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 온라인 의류 쇼핑몰 ‘ZOZOTOWN(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의 마에자와 유사쿠(39) 사장이다.
거침없는 독설과 범상치 않은 외모, 독특한 이력 때문에 그는 일본 재계의 악동, 이단아로 통한다.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난 그는 야구로 유명한 와세다실업고등학교 재학 중 인디 밴드를 결성해 드러머로 활동했다. 공부보다 밴드 활동을 더 열심히 했을 정도. 그러다가 음악공부를 하겠다며 미국행을 선택,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막노동판에서 힘든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했지만 그는 겨우 6개월 만에 유학 생활을 접고 돌아와서는 자신의 집에서 수입 레코드와 CD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마에자와는 그때까지 계속하던 밴드 활동도 중단했다. 2004년에 드디어 온라인 종합 의류 쇼핑몰인 ‘조조타운’이 탄생했다.
회사는 2007년 12월 11일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스에 상장했다. 2011년 6월에는 소프트뱅크와 홍콩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한국 지마켓(Gmarket)을 운영하는 이베이 지마켓과도 손을 잡고 양국에 진출하는 등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가끔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막말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만 마에자와는 획기적인 경영기법으로 일본 내에선 실력가로 정평이 나있다.
마에자와 사장은 2012년 5월부터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6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 45분 이상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는 일본 노동법에서 착안,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퇴근시키는 것이다. 이 6시간 근무제 덕분에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도입 전보다 크게 상승했고,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고 한다.
또한 마에자와 사장은 ‘마쿠하리 수당’이라는 독특한 수당제도도 도입했다. 이는 회사가 있는 지바 시 마쿠하리 근처에 사는 직원에게 특별히 지급하는 주택수당으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원간 교류를 활발히 하라는 취지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를 평화롭게 하자’라는 그의 좌우명과 일맥상통한다. 타인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고, 그래야만 비로소 세계에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마에자와 사장은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으면 부질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친한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란 걸 깨달은 순간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