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술은 국경을 논하지 않는다-최두선 문화팀 기자

입력 2015-10-05 10:25 수정 2015-10-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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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은 지난 2013년 영화 ‘설국열차’의 내한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봉준호 감독에 대한 답변으로 채워야 했다.

당시 대중은 ‘틸다 스윈튼이 왜 한국영화에 출연했는가?’에 관심을 보였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작이었지만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연을 맡았다.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는 생소했다. 더욱이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는 할리우드에서도 내로라하는 배우가 아니었던가. 틸다 스윈튼은 급기야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예술은 누가 어디에서 왔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계에서 ‘국경’은 이미 사라졌다. 누구도 배우의 국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떤 배우가 무슨 배역을 맡았고, 어떤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는가?’는 해당 영화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개개인의 국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글로벌 사회 속에서 영화의 교류가 활발해진 최근에는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배우가 영국, 독일 등 유럽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계속된 봉준호 감독과 한국 스태프 관련 질문에 곤욕을 치른 틸다 스윈튼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K-무비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하고 있다. 우리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활동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화 강국을 표방하고 한류의 확산을 주도하는 우리 나라는 이제 ‘민족주의’를 버리고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지난 1일 개막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탈리아 출신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쉬’로 내한한 틸다 스윈튼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틸다 스윈튼은 “송강호를 제외한 한국 남자배우 중 함께 하고 싶은 배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드래곤”이라고 답했다. 영화제에 참석해 지드래곤을 언급해야 했던 틸다 스윈튼의 심정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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