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서동석 ‘에머슨 인생학’

입력 2015-10-05 10:31 수정 2015-10-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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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이 필요한 시대

‘미국의 아들’ 혹은 ‘미국의 정신이며, 미국 그 자체’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다. 1803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산문가이자 사상가이며 시인이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을 말한다. 서동석의 ‘에머슨 인생학’(팝샷)은 에머슨이 제시한 인생 경영의 지혜를 14가지 주제로 재정리한 책이다.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앞서 걸어간 사람의 경험과 지혜라고 생각하면 넉넉한 마음을 갖고 기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 시대에 에머슨인가. 그의 글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보여주며, 그의 철학은 ‘인생학’(Life Studies)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그가 살았던 시대도 계층 간 대립과 전쟁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격렬했다. 에머슨은 모순과 갈등 그리고 대립을 넘어서 새로운 통합을 이루려 노력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는 초절(超絶)주의를 신봉했던 인물이다. 초절주의는 ‘안과 밖’을 동시에 아우르는 말로 현실의 문제를 현실 안에서 파악하고 극복하려는 정신과 태도를 말한다. 초절주의에 반하는 용어는 초월(超越)주의인데 이는 현실 문제의 해법을 현실 밖에서 찾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초절주의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조화와 균형의 정신으로 포용해 새로운 미국 문화와 정신으로 승화시킨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초절주의가 태동한 시대에는 모순과 갈등을 포용하고 융합하는 열린 정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는 초절주의에 대해 또렷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초절주의는 어떤 결론을 내지 않고 열린 결말을 지향한다. 새로운 사회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초절주의자 간에 서로 의견도 다르고 건설적 비판도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선택을 존중했다. 서로의 길을 존중하는 것이 초절주의적 열린 방식이다.”

에머슨의 중심 사상은 ‘자립’(Self-Relience)이란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면서도 그들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도록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삶의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본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대 자신을 믿어라”라는 주문을 꺼리지 않는다. “그대의 내면에 깃든 신념을 말하라. 그러면 그것은 보편적 의미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적인 것이 때가 되면 가장 외적인 것이 되고, 우리의 최초의 생각은 최후의 심판의 나팔 소리에 의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현대인이 채택해야 할 또 한 가지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어리석은 일관성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삶이 느릿느릿 변화하던 전통사회에서는 집단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덕목은 일관성이었지만 지금 그 정신은 껍데기만 남았다. 에머슨은 경직된 일관성을 ‘어리석은 일관성’이라고 표현한다. 삶의 현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임을 이렇게 강조한다. “기꺼이 우리는 정박하고자 하지만 정박지는 유사지(流砂地)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자연의 작용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하다.”

에머슨은 변화가 요동치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그가 지은 ‘W.H. 채닝에 바친 송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마땅한 일이다. 숲이 무너지고, 비탈이 깎이고, 산에 터널이 생기고, 모래가 덮이고, 과수가 심어지고, 땅이 개간되고, 목초지가 불하되고, 증기선이 건조되는 일은 변화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기만 하더라도 내면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갈등과 고민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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