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5년, 시장이 바뀌었다] ② 국내 금융시장, 외국계 자본 목소리 커졌다

입력 2015-10-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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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21%·대부업 42%… ‘재팬머니’ 거침없는 영토확장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자본들의 힘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물론이고 보험사와 저축은행, 대부업체까지 일본과 중국 등이 잠식해 나가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금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시장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와 국부를 유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 2금융권 = 국내 2금융권은 여타 다른 금융업종보다 외국계 자본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으로 재편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저축은행 시장이다. 일본계 금융사들이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모두 5곳(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 합병)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총자산은 39조6000억원. 이 중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인 SBI, JT, JT친애, OSB 등의 자산 규모는 8조3299억원 규모로 전체 저축은행 자산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말 일본계 저축은행의 총자산이 5조6395억원으로 시장의 14.5%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7%포인트 확대한 것이다.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는 일본 금융사는 SBI홀딩스다. 지난 3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조853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10%를 차지한다.

또한 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 인수 후 SC저축은행, SC캐피탈을 인수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OBS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대부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업계에도 일본계 자금의 영향력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본계가 대주주인 아프로파이낸셜과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개사의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은 4조283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점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자산이 10조1605억원임을 감안하면 4개 대부업체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42.2%에 달한다.

보험업계에도 외국계 자본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 6월 동양생명의 지분 63.0%(6800만주)를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KDB생명 역시 국내 자본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자본도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본 유입이 갈수록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진출국이 아직 대부분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상호주의 관점에서 서로 파이를 키우는 윈윈 게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축은행들에 비해 일본의 신용대출 기법 등 선진 금융을 도입해 정체된 업계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평가다.

반면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맹점을 이용해 영업하면서 주요 고객인 서민이 종종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향후 배당 등으로 순이익을 과도하게 챙겨가면 국부유출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제2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 규제는 주로 법보다는 관치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본계 금융사들은 국내기업보다 금융당국 감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볼수 있다”며 “과거 론스타 등과 같은 국부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외국계 자본, 건전한 경쟁 일으킬까=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 증권업계에 진출하면 긍정적 측면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브로커리지(중개업) 위주의 영업 방식이 점차 개편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며 “대부분 브로커리지 영업에 치중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는 기업금융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증권사에 따르면 수익비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자기매매와 브로커리지다.

자세히 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자기매매 등 트레이딩(자기매매) 부문과 브로커리지가 각각 42.3%, 28.9%를 기록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은 브로커리지 비중이 각각 63.4%, 36.8%로 가장 높았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M&A, 채권인수 등 IB 경쟁력은 약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증권업계가 IB 규제 완화를 요구해 허용했더니 랩어카운트를 시작했다”며 “지향점은 ‘골드만삭스’라면서 실제로는 ‘자산운용사’처럼 일하고, 모델은 SMBC니코증권을 삼는 것이 국내 증권사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자본이 증권사 증권업계 영향력의 절반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국내 진출이 증권업계에 자극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진출한 일본, 중화권 자본이 건강한 경쟁을 유발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화권 자본이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기엔 규모가 작고 금융 수준이 우리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금융사는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계 유안타금융그룹이다. 중국 시틱금융그룹이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다수 중국 자본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한 M&A 관계자는 “중국 금융회사들이 주로 인수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증권사는 중소형 규모라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며 “그렇다고 선진 금융 기법을 갖춘 것도 아니어서 국내 증권사들은 그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릭스의 경우 인수 구조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어 국내 증권업계에 진출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오릭스의 인수 구조를 보면 현대증권 경영권을 가져갔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오히려 파킹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대증권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에 대해 ‘정서적 관점’으로 접근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데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증권사는 맨파워, 즉 사람 장사가 수준을 결정하고 은행과 보험은 자산 싸움이라 증권업계에는 외국계 진출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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