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5년, 시장이 바뀌었다] ⑥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3대 연구원장에 듣는다

입력 2015-10-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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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자율 존중… ‘금융혁신 주도’ 시장에 맡겨달라”

국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저수익, 가계 및 기업 부실 등 온갖 대내외 악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각종 금융 규제의 완화는 물론이고 금융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서 기술금융, 핀테크(금융+IT) 등 새로운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금융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투데이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강호 보험연구원장 등 3인에게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금융사 경영자도 ‘기업가 정신’… 기술금융핀테크 비중 높여야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우리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경영자(CEO)들의 기업가 정신 미흡과 기존 수익원에 안주하려는 경향에 있다고 진단했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질의에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사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과 함께 임원에 대한 성과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각종 금융규제의 완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핀테크(금융+IT)와 기술금융 등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원장은 “규정 중심의 금융규제에서 원칙중심의 금융규제 체계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기술금융과 핀테크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 금융기관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 및 높은 거래비용을 수반했던 부분 중심으로 핀테크의 발전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다만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은 경계했다. 그는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핀테크에 대한 소비자보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증권·운용·금융·보험 등 주요 주최별로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한국금융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선점도 제시했다. 신 원장은 “증권부분에선 수수료 수익 이외의 수익원 모색하고, 자산운용분야는 데이터에 기초한 자산운용 기반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은행은 비이자수익원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보험사는 장기적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현대증권·대우증권 대형사를 비롯, 이베스트증권,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증권사들 인수합병(M&A) 봇물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신 원장은 “증권사들 M&A를 통해 생존이 어려운 증권사 퇴출되고 경영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그러나 모험자본 공급 능력 제고 등을 통한 수익 창출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대한 임직원 자기매매 규제 강화, 시장교란행위법 시행 등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 현업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 있는 경우 고객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신 원장은 “증권사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사는 주주나 임직원의 이익에 앞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개발국가 패러다임’ 성장 한계… 내부통제 강화 자율성 확보를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한국 금융 산업이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지배구조 선진화가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여의도 금투협 자본시장연구원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신 원장은 “흔히 국내 금융산업은 타성에 젖은 수동적인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평가한다”며 “결국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규제나 정책당국 등 환경 측면에서 금융기업들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점이 시급하고, 각 금융기업들도 수동적 행태를 능동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금융업에 대한 문화적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

일례로 금융 관련 수수료를 자꾸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거나 금융사들의 모든 잘못에 대해 금감원이 질타를 받는 등 ‘공기업적 마인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원장은 “그동안 자본시장이 ‘개발국가 패러다임’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불거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는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춰 ‘시장 자율화’로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자율화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전제조건을 꼽았다. 우선 규제환경 측면에서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시스템의 진화를 선도하는 업종이라는 현실이 공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신 원장은 “금융혁신 선두주자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투자자 보호와 투자자 신뢰 문제는 내부통제, 자율규제를 병행하면서 스스로 지켜나가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면서 “여기에 투자자, 국민들도 금투업계는 혁신과 모험자본 공급을 주도하는 곳이므로 때로는 사고와 투자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 대형사를 비롯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잇단 M&A(인수합병)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원장은 “현재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력을 감안할 때 지금 국내 증권사들보다 더 규모가 큰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도 기대해 볼만하다”며 “통상 M&A 경쟁이 활발히 벌어지는 곳은 그 업계가 살아있다는 증거인만큼, 최근 M&A 움직임은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력이 높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그는 자기매매, 시장교란 행위 등 최근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비쳤다. 신 원장은 “국내의 경우 금융투자사들의 혁신적인 상품활동, 투자 등 경영과 관련 된 규제는 최소화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며 “다만,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에 자본금까지 이중 규제…환경변화에 탄력적 대응 어려워

◇강호 보험연구원장=한국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각종 금융 규제는 완화되고, 핀테크 및 기술금융 등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고 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금융사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및 기업의 부실 등 대내외 악재도 함께 동반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자체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호 원장은 “금융규제, 기술금융 등은 중장기적인 이슈들로 향후 10년 또는 그 이상에 걸쳐 우리나라 금융시장 구조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먼저 금융사들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금융시장 변화에 발을 맞출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페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가평가 기준의 책임준비금 제도 도입과 자본확충, 보험규제체제 등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 원장은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보험부채의 평가방식이 현재 원가중심에서 시가기준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준비금 추가 부담으로 보험사의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 원장은 국내 금융 산업의 현 주소에 대해 국제 경쟁력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낙후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 산업은 건전성에 대한 규제를 받는 산업이기 때문에 분명히 존재해야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 또는 감독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규제는 강도 및 중복성, 재량성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엄격한 면이 있다”며 “금융사는 가격규제와 더불어 자본금 규제를 동시에 받고 있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고 이는 금융 산업 발전의 저해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가격규제는 위험중심의 자본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건전성 감독수단으로 사용됐지만, 요구자본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가격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꼽았다.

강 원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포화된 시장에서 먹거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보험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고령화 시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필요한 소득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연금상품은 주로 연금 적립기에 해당하는 상품이었지만 앞으로는 연금가입자의 위험선호 및 인출성향 등을 감안해 연금지급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고령화로 인해 발병률이 높아져 건강보장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응하는 생존급부형 보장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 원장은 해외시장 진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사들이 중장기으로 해외진출의 목표 및 진출 방식, 대상국가 선정, 선정 후 사업모형, 자금조달, 엑시트 플랜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금융구조 개혁과 관련해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핀테크(금융+IT)를 육성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법이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성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원장은 “현재의 금융법 체계에서는 신상품을 개발하여 활용하고자 할 경우 감독자의 인가절차 과정을 거쳐야하지만 순탄치 않다”라며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면 새로운 상품 또는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집적, 가공, 활용해야 되기 때문에 핀테크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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