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5년, 시장이 바뀌었다] ④ 격동의 자본시장, 주도주가 바뀌었다

입력 2015-10-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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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위’ 포스코•현대重 빠진 자리에 삼성물산•아모레

금융시장의 변화는 우리 경제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위기와 기회를 반복하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변화를 맞으면서 증시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대장주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수출 제조업으로 성장한 주력 산업 = 한국전쟁 이후 수출 제조업(2차 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주요 기업은 반세기를 이어오며 대기업 집단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하나둘 자본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며 우리 증시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 ‘공업 합리화’ 조치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은 분야별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며 몸집을 키웠다. 당시 현대와 삼성, 대우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는 이후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해체됐다. 대우그룹의 몰락과 현대차그룹의 합종연횡을 거쳐 오늘날 새로운 재계구도를 확립했다.

2000년대 들어 재계는 삼성을 선두로 현대차와 SK가 뒤를 따르는 서열을 이루기 시작한다. 2세 경영이 본격화될 무렵이었다. 신성장 동력과 100년 기업을 앞세운 대기업 집단이 속속 주력 계열사를 앞세워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자본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투자금 확보에 나섰다. 시가총액을 키워가며 자본시장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리먼 쇼크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도주 시총 급상승 = 이들이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발 리먼 쇼크였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파산이었다. 파산 보호신청 당시 리먼의 자산 규모는 6400억 달러. 우리 돈 700조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당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다국적 기업들 역시 큰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였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경쟁사보다 빠르게 회복세를 기록하며 반전을 노렸다. ‘터닝 포인트’는 2011년이었다.

그해 3월, 일본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은 일본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막대한 방사능이 누출됐고, 수출 제조업 중심의 일본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동부 해안 산업단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일본은 제조업 지수 급락과 환율 손실을 겪으며 산업 경쟁력을 잃었다.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구도를 갖춰온 우리 기업에게 호재였다. 일본 자동차 기업과 경쟁하던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들어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동일본 대지진 여파까지 겹친 일본 차산업은 혼돈에 빠졌다.

당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의 생산거점과 점유율을 확대하던 무렵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값싸고 경제적인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졌고,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현대차가 유리한 자리를 거머쥐던 때였다.

이때 시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다. 기아차가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도의 정점에 자리한 현대모비스도 합류했다.

◇2011년 이후 코스피 제조업 매출 증가율 지속 감소 =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 집단의 주요 계열사는 하나둘 수출시장에서 경쟁률 하락세를 겪었다. 리먼 사태 이후 주요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앞세웠고, 이른바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 같은 추세는 고스란히 코스피 주요기업의 매출 증가율 감소로 나타나기도 했다. 코스피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을 고점으로 2012년 +11.8%, 2013년 +2.9%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0.1%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2013년 대비 평균 3.8% 하락(원화 강세)했음에도 매출 증가율이 정체된 셈이다.

2015년 9월 현재 매출액 전망치는 +3.3% 수준. 결국 2013~2015년까지 코스피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3년 연속 3% 이내에 머물며 저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 승계구도 변화로 시장 주도주 변화 = 2015년 현재, 코스피를 주도하고 있는 대장주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고 있다. 주요 대기업 집단의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의 상장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지배구도에서 막대한 승계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가 연이어 IPO에 나섰던 것.

삼성SDS는 9월 말 기준 시가총액 22조원이 넘는 시총 상위기업이 됐고, 제일모직은 합병을 거쳐 시총 30조원 규모의 통합 삼성물산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중국 특수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시총 10위권으로 뛰어들었다.

이들 세 종목이 10위권으로 진입한 반면 전통적인 대장주는 이 범주에서 탈락했다.

한전부지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10위권에서 탈락했다. 업황 부진을 겪었던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이 시총 10위권에서 밀리기도 했다.

특히 전통적인 대장주 포스코는 9개월 새 시가총액이 29조6831억원에서 21조580억원으로 29.05%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총은 10조839억원에서 9조2721억원으로 14.17% 감소하기도 했다.

올 들어 이처럼 대형주의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국내 10대 기업집단의 시가총액이 65조원 넘게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6곳의 시총이 감소했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만 58조원 가까운 금액이 증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형주들의 주가하락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자산총액 상위 10개 기업집단(공기업 제외)의 상장계열사 시가총액은 653조8265억원. 지난해 말 718조9925억원과 비교해 65조1660억원(9.06%) 줄어든 금액이다.

시총 비중은 53.27%로 작년 말 60.3%보다 7.03%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이 2.9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집단의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대형주의 시총 상승률은 1.13%에 그친 데 반해 중형주는 27.23%, 소형주는 25.10%의 시총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기업 집단의 시가총액이 감소하면서 또 다른 주도주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속성장은 사업 구조조정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룹 전체적으로 신성장동력의 핵심 사업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이 현재 먹거리에 대한 지속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사업구조 고도화로 인한 주력 사업의 자연스러운 교체를 이뤄가며 지속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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