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증시에선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총기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총기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 미국인들의 총기 수요가 그만큼 뜨겁다는 이야기다.
5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총기회사 스미스앤웨슨과 스텀루거는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나스닥에서 스미스앤웨슨의 주가는 올들어 80% 이상 뛰었다. 이 회사가 S&P500지수에 편입됐다면 넷플릭스에 이어 상승세 2위를 기록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미스앤웨슨의 경쟁업체 스텀루거도 같은 기간 70% 가까이 올랐다. 특히 올 한해 IT, 에너지 등 기존에 잘 나갔던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총기관련주는 독보적인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스미스앤웨슨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경쟁업체 스텀루거는 2013년애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업계의 전망대로라면 이들 업체는 올해 매출 신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주가가 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 총기 매출이 부진한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력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외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백악관에 입성한 2009년, 정부가 총기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매출이 줄어들기도 했다. 2012년 미국 코넷티컷 주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0명 등 26명이 사망한 사건은 미국인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무고한 어린이 20명이 총기 난사에 희생되면서 사회적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미국 의회에서도 총기 규제 강화 입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잠시뿐이었다. 정치권에 대한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총기 규제를 계속 밀어부쳐도 총기 규제 법안이 마련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총기업체들은 정부의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총기 수요가 늘어나는 건 소비자들 사이에 ‘자기방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리건주의 한 전문대학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난주 총기업체들의 주가는 살짝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가는 금세 오름세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