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세계 경제 모순…연준-IMF 은발 여제들의 동상이몽

입력 2015-10-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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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와 세계 경제가 모순된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두 은발 여제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이야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블룸버그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블룸버그

지난해 2월 연준 100년 역사상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의장에 취임한 옐런은 1년 반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년 만에 금리인상을 개시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져왔다.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완화 정책에서 탈피하는 과정인 만큼 당국의 의도를 신중하게 전달하면서도 단계적으로 기조를 변화시켜왔다. 이미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옐런 의장은 ‘고용 시장 상황이 더 호전되고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인 확신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또한 그 시점을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

시장에서는 중국발 악재로 시장이 요동치기 전인 올 8월 중순까지만 해도 FOMC가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신흥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선진국으로까지 전염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두 차례 남은 FOMC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단 해리스 경제조사공동책임자는 “신중한 것도 용기의 일부”라며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더라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상 가장 완화적인 정책에서 탈피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순탄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이유에서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내며 두 차례의 위기를 극복한 앨런 그린스펀은 이례적인 금융 완화 정책에서의 탈피에 대해 “뭔가가 순조롭게 옮겨가는 시나리오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과거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AP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AP뉴시스

한편 5년의 임기 중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라가르드 IMF 총재는 옐런 의장과는 다른 이유로 고민에 직면해있다.

IMF는 6일 7월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또 하향 조정했다. 라가르드 총재에게는 자신의 남은 임기 안에 세계 경제 전망을 다시 상향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7~1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세계 경제의 추가적인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당국에 긴급 정책을 내놓도록 설득할 전망이다. 그는 총회에 앞서 “지금은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IMF는 이번에 정책 당국이 공조해 성장을 촉진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또는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는 혹독한 경고를 내놓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련의 경기 침체 요인이 모두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 연준에 대해 9년 만의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 최대의 불안 요인을 우선 잠재우기 위함이다. 유로존 지도자들에게는 성장을 압박하고 있는 대량의 부실 채권을 정리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한 신흥국에 대해선 성장 전망을 상향할 수 있도록 경제 개혁과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IMF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경기 혼란에서 세계 경제를 보호할 목적으로 창설됐다. IMF의 규칙과 경제 감시는 회원국에게 모범 사례의 지침은 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회원국들이 긴급 융자를 요청하지 않는 한 해로운 정책 시정을 강요할 권한이 거의 없다. 세계 경제에 중요한 국가 대부분은 IMF 대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라가르드 총재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외교 수완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남성이 다수인 권력 사회에서 자신이 여성인 사실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미소로 딱딱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러나 상대가 같은 여성일 경우에도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옐런 의장은 시장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달 17일 FOMC 종료 이후에도 주위의 조언보다는 미국 경기와 세계 경제의 데이터를 냉정하게 분석한 후 금리인상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도 연내 금리인상 방침은 철회하지 않은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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