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앞서 자진 사퇴한 민 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전개될 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더욱이 백 사장은 민 전 사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어 향후 경영 구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복인號' 출범…민 전 사장 그늘 여전 = 검찰은 지난 2일 민 전 사장의 집무실과 비서실, 전략기획실 등 KT&G 서울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KT&G 비리 수사를 본격화한 이래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0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자회사 여러 곳을 인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 공금 일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민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그와 주변 인물 계좌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백 사장이 민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에 검찰은 민 전 사장이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백 사장이 연루됐는 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백 사장이 향후 사장직 수행에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T&G 사장추천위원회는 백 사장 선임과 관련해 “꼼꼼한 서류 검토와 내부 조사, 면접 등을 거쳐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했다”고 밝혔지만 씁쓸한 뒷 맛을 남겼다.
백 사장은 앞서 지난 2013년에도 부동산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백 사장은 KT&G가 부동산 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핵심 증인으로 꼽히던 용역업체 N사 대표 강모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주인없는 KT&G, 끊임없는 권력형 비리 = KT&G의 경우 민영화된 옛 공기업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권력형 비리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 실세들이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에 개입하거나, 경영진의 댓가성 뇌물 수수와 하도급업체를 앞세워 이권을 챙기는 등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KT 포스코와 달리, 해외 초대형 담배업체들과 경쟁하며 실적을 꾸준히 개선해 왔다. 민영화 당시 2조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는다.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그러나 알짜기업을 노리는 외부의 낙하산 시도는 사장 교체시마다 반복돼 왔다. 이번 백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기획재정부 인사가 줄대기를 하고 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특히 영포라인으로 분류된 민 전 사장이 임기 중반에 자진사퇴하면서 KT&G 사장 자리를 노리는 외부 세력들은 더욱 기세등등했다.
KT&G가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포스코와 비슷한 권력형 비리가 들끓을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경영진은 현직에 있을 때 한 몫을 챙기면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는 경향이 뚜렸하다.
이를 의식한 듯 백 사장은 취임사에서 ‘투명ㆍ윤리(Clean)’, ‘소통ㆍ공감(Cooperative)’, ‘자율ㆍ성과(Creative)’ 등 변화와 혁신을 위한 3대 경영 어젠다(3C)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흔들림 없는 ‘바른 기업’의 위상을 확립하는 투명ㆍ윤리 경영을 천명했다. 그는 과거를 냉철히 반성해 잔존 부조리와 적폐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