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원을 겸직 중인 장관은 최 부총리를 포함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모두 다섯 명이다.
최경환 부총리와 김희정 장관은 작년 7월 입각해 1년 2개월여 임기를 이어가고 있고, 황우여 부총리도 1년을 넘겼다. 유기준·유일호 장관은 지난 3월 취임해 갓 반년을 넘긴 상태다.
이들 모두 인지도가 높고 쟁쟁한 정치력과 세를 갖고 있지만, 장관직 수행으로 지역구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지역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 틈나면 지역으로… 지역구 먼 장관들 어려움 호소 = 애초 이들 장관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 이전 여의도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개인적 행로는 있을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관료들이 출마에 무게를 두면 국정동력이 흐트러질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장관들은 당분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틈나는 대로 지역을 돌보는 길밖엔 없어 보인다. 대부분은 주말을 이용해 지역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민심을 추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황우여 부총리는 그나마 지역구가 멀지 않은 편이라 다른 장관들보다 관리가 수월한 편이다. 주말에는 본인이 지역에 상주하며 민심을 살피고, 평일에는 지역보좌관을 중심으로 측근들이 행사에 대신 참석하며 텃밭을 다진다고 한다.
다만 황 부총리 측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문제 등 현안이 많아 장관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을이 보금자리인 유일호 장관은 지역구가 더 가깝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황금 지역구에다 경쟁자도 많지 않아 비교적 여유롭다.
최경환 부총리(경북 경산·청도), 유기준 장관(부산 서구), 김희정 장관(부산 연제)의 경우도 당선이 수월한 영남권이지만, 지역구가 멀어 관리가 쉽지 않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총선 공천심사에서는 당원보다 일반국민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천을 받는 데 있어 민심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불리한 환경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직 장관·의원이라는 프리미엄 또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장관의 측근은 “장관직을 잘 수행하는 것 자체가 민심을 얻는 길”이라고 했다.
유기준 장관도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현재의 자리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관과 경쟁하는 사람들 = 정권 실세 등 흔히 말해 ‘힘 있는’ 정치인과 공천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은 여러모로 부담이 작지 않다. 공천에 탈락했을 때 앞으로의 행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동시에 실세들과 경쟁하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또 실세를 누르고 공천을 받을 경우 정치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다섯 장관 중 가장 많은 이로부터 도전을 받는 건 부산 서구에 둥지를 튼 유기준 장관이다.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과 김홍일 부산시 전 정무특보, 곽규택 변호사, 임정석 통합정책연구원 부원장, 정오규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 등 새누리당 내에서만 6명이나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이재강 지역위원장이 뛰고 있다.
다음으로 황우여 부총리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에는 같은 당 비례대표인 민현주 의원과 정승연 인하대 교수, 야권에서 새정치연합 고남석 전 연수구청장, 박찬대 공인회계사, 이혁재 정의당 지역위원장 등 5명이 터를 닦고 있다.
유일호 장관(서울 송파을)과 김희정 장관(부산 연제)의 지역구엔 각각 4명이 발을 들였다.
송파을에선 새누리당 김영순 전 대통령실 여성특보와 새정치연합 박용모 지역위원장 등이, 부산 연제에선 새누리당 진성준 전 의원, 백운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이 나섰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부총리가 있는 경북 경산·청도에는 같은 당에서 단 한 명의 도전자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야권에선 새정치연합 당원인 김창숙씨와 정의당원 김호일씨가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