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분쟁 2라운드] 껌으로 세운 재계 5위의 롯데, 누가 키웠나?

입력 2015-10-08 18:11 수정 2015-10-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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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격호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왼쪽부터) 신격호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이 다시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ㆍ일 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칩거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대적인 반격을 선언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소송전을 진행함에 따라 롯데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막을 올렸다.

◇신동주 "롯데는 글로벌 기업" vs "롯데는 한국기업"= 롯데가(家) 진흙탕 싸움의 시작과 함께 다시 롯데그룹의 성장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신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측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 뜻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운영하며 한국 롯데그룹 성장에 필요한 자본공급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저성장 상황인 일본이 고금리, 고성장 상황이었던 한국에 투자하고 이것이 IMF 위기 때 한국 롯데그룹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재계 5위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한국 롯데의 위상이 일본 롯데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는 질문에 대해 "롯데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밝히면서 즉답을 피했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분명히 한 신동빈 회장의 말과 달라 또 다시 국적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부인 조은주씨가 8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 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제기했다고 밝혔다.(노진환 기자 myfixer@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부인 조은주씨가 8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 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제기했다고 밝혔다.(노진환 기자 myfixer@ )

◇"롯데 매출의 95% 한국서 거둬"=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국적을 묻는 같은 질문에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몇번씩 강조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3일 일본에서 귀국직후 공항에서 "롯데는 한국기업이다"면서 "롯데 매출의 95%가 우리나라(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달 1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롯데는 우리나라(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에서 거둔 수익을 한국롯데에 재투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라 일본롯데가 우리나라로 투자하는 투자창구 역할을 해왔다"면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달 19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신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면서 "한국 상법에 따라 태어나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대부분 한국사람"이라고 말했다.

롯데 기업 정체성 논란으로 반롯데 정서는 다시 확산되고 있다.

▲롯데의 신격호(오른쪽에서 2번째) 총괄회장이 지난 5월 22일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현지시간)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권한을 반납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전했다. 뉴시스
▲롯데의 신격호(오른쪽에서 2번째) 총괄회장이 지난 5월 22일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현지시간)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권한을 반납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전했다. 뉴시스

◇신격호 "껌 하나로 재계 5위 그룹 일궈"= 재계서열 5위의 롯데그룹.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창업 이야기는 한 편의 신화로 여겨진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껌 하나로 시작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22년 경남 울산 삼남면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1941년, 19살 나이로 당시 면서기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우유배달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와세다실업학교 고등부(현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할 당시에도 신 회장은 일본에 남았다. 그는 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무미구의 낡은 창고에서 비누와 크림 등은 만들어팔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밑천을 마련한 그는 히카리 특수화학연구소를 차리고, 껌을 개발했다.

1948년 신 총괄회장은 신주쿠에 종업원 10명을 데리고 주식회사 롯데를 탄생시켰다. 롯데라는 이름은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 샬롯데에서 유래됐다. 당시 일본에 주둔한 미군이 씹던 추잉껌을 상품화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껌 사업으로 시작해 그는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아도, 롯데물산, 주식회사 훼밀리 등 상업과 유통업을 망라한 일본의 10대 재벌이 됐다. 1965년 한일수교료 일본 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6년 롯데알미늄,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등을 잇달아 창업하거나 인수해 그 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식품 · 유통 · 관광산업의 개척에 나선다. 특히 1970년대 들어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신 총괄회장은 1973년 한국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1979년 그룹의 중추 회사인 롯데쇼핑을 각각 설립했다.

1988년 서울 잠실에 호텔 롯데월드를 개관, 호텔롯데를 명실상부한 세계 10위권 호텔로 성장시켰다. 그해 호텔롯데 면세점도 오픈하면서 유통·관광산업을 확장시켰다. 2000년대 들어 신 총괄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했으며, 2010년 평생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와 롯데월드타워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기준 한국 롯데그룹은 80개 계열사를 보유했으며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한국 재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롯데는 자산 규모가 3144억엔(약 2조9667억원)에 달하며, 한국 롯데쇼핑은 40조원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을 합쳐 총 매출은 89조원(한국 83조원·일본 5조7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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